인상 압력 커졌지만 인플레 우려 여전
올리면 물가 불안·안 올리면 한전 부담 '딜레마'
(서울=연합뉴스) 윤보람 기자 = 정부와 한국전력[015760]이 올 4분기 전기요금을 인상할지 관심이 쏠린다.
연료 가격 상승세를 고려하면 전기요금 인상은 불가피하다. 특히 한전이 전기요금 동결 등의 여파로 2분기 적자를 내면서 요금 인상 압력이 커졌다.
그러나 인플레이션(물가상승) 우려가 여전해 또다시 요금을 동결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한전은 다음 달 20일께 4분기 전기요금 인상 여부를 발표한다.
한전은 올해부터 전기 생산에 들어간 연료비를 3개월 단위로 전기요금에 반영하는 연료비 연동제를 도입했다. 4분기 전기요금은 6∼8월 연료비를 토대로 결정된다.
전체 전력 생산량에서 차지하는 연료 비중이 가장 큰 석탄은 최근 가격 상승세가 가파르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호주 뉴캐슬 기준 전력용 연료탄의 t(톤)당 가격은 8월 둘째 주 현재 159.68달러로 작년 8월 말의 47.99달러 대비 3배 이상 뛰었다.
기록적인 한파로 연료탄 수요가 늘었던 올 초(80.78달러)와 비교해도 2배 가까이 상승했다.
액화천연가스(LNG) 가격과 유가도 상승세가 만만찮다.
올 3∼4월 두 달 연속 하락했던 LNG 가격은 5월에 상승 전환해 6월 현재 t당 459.7달러를 기록했다.
두비아유 가격 역시 지난 12일 기준 배럴당 70.52달러로 연초(52.49달러)보다 34% 올랐다. 작년 11월(36.30달러)과 비교하면 2배 가까이 뛰었다.
앞서 정부는 3분기 전기요금 발표 당시 "연료비 상승 추세가 지속될 경우 4분기에는 연료비 변동분이 조정 단가에 반영되도록 검토할 예정"이라며 요금 인상 가능성을 내비쳤다.
정부가 그동안 전기요금 동결의 근거로 내세운 '1분기 조정 단가 결정 시 발생한 미조정액'은 2·3분기 연속 요금 동결로 효과가 모두 상쇄된 상태다.
한전의 실적 악화도 요금 인상 압력을 키웠다.
한전은 올 2분기 7천648억원의 영업손실을 내며 2019년 4분기 이후 6개 분기 만에 적자로 전환했다.
봄철 산업용·일반용 계절별·시간별 요금제의 판매단가가 저렴한 계절적 영향 외에도 연료비와 전력구입비가 증가했음에도 전기요금을 올리지 못해 수익성이 낮아진 점이 영향을 미쳤다.
하지만 4분기 전기요금이 인상될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코로나19로 서민경제가 어려운데다 인플레이션 우려가 커지고 있어서다.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년 전보다 2.6% 올라 9년여 만에 상승 폭이 가장 컸던 5월 수준으로 되돌아갔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4개월 연속 2%대를 기록 중이다.
이런 상황에서 물가 가중치가 높은 전기요금을 선뜻 인상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본격적인 대선 국면에 접어드는 점도 걸림돌로 꼽힌다.
국회입법조사처는 최근 '2021 국정감사 이슈 분석' 보고서에서 "올해부터 도입된 전력가격 연료비 연동제로 소비자물가는 더욱 상승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4분기에도 전기요금이 동결된다면 연료비 연동제가 유명무실하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일각에선 과거처럼 연동제가 도입됐다가 제대로 시행도 되지 못하고 폐지되는 전철을 밟는 게 아니냐는 관측까지 나온다.
한전이 계속해서 원가 상승분을 전기요금에 반영하지 못해 실적 개선이 이뤄지지 않으면, 일부 소액주주들로부터 배임 혐의로 소송을 당할 가능성도 있다.
유재선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3분기는 연료비 조정단가가 동결된 가운데 지난해 연말부터 급등한 원가 지표들이 본격적으로 실적에 반영될 전망"이라며 "불리한 영업환경이 이어지며 최대 성수기인 3분기 실적도 2008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bryo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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