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전 모형 세우고 기념식…역사적 해석 놓고 여전히 논란 분분
(멕시코시티=연합뉴스) 고미혜 특파원 = 아스테카 제국의 수도 테노치티틀란이 스페인 정복자 에르난 코르테스(1485∼1547)가 이끄는 군대에 함락된 지 13일(현지시간)로 꼭 500년이 됐다.
옛 테노치티틀란 자리에 세워진 멕시코 수도 멕시코시티 도심에선 이날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 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1521년 8월 13일을 기리는 기념식이 열렸다.
기념식 장소인 소칼로 광장엔 아스테카 대신전인 템플로 마요르의 모형도 들어섰다. 실제 템플로 마요르 유적지 부근에 세워진 이 모형은 높이가 16m로, 지금까지 제작된 모형 중 최대 규모다.
이날 기념행사의 정식 명칭은 '스페인 정복 500주년'이 아니라 '원주민 저항 500주년'이었다.
코르테스의 정복이나 아스테카 제국의 몰락이 아니라 침략자들에 맞선 원주민들의 저항을 기리겠다는 의도를 담은 것이다.
아스테카 제국의 종말을 알린 500년 전 테노치티틀란의 함락을 어떻게 볼지는 멕시코 안팎에서 오랜 논란의 대상이었다.
대부분의 식민지 역사가 그렇듯 제국주의의 원주민 침략과 탄압으로 보는 시각이 있고, 멕시코 근대화의 시작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당시까지도 아스테카에 인신공양의 풍습이 존재했다는 점, 또 스페인군과 함께 75일간 아스테카 군대와 맞서 싸운 이들의 상당수는 아스테카 제국으로부터 핍박받던 다른 원주민 부족들이었다는 점에서 단순히 선악 구도로 나누기 어렵다는 인식도 있다.
로페스 오브라도르 대통령의 경우 500년 전 아스테카를 정복한 스페인을 뚜렷하게 '악'으로 규정하는 편이다.
그는 취임 직후인 2019년 초에 스페인과 교황청에 공식 서한을 보내 "칼과 십자가를 들고 저지른 학살과 압제"에 사과할 것을 요구했다.
스페인은 정부는 곧바로 "500년 전 일은 지금 이 시대의 이해에 따라 판단될 수는 없다"고 일축한 바 있다.
멕시코시티 정부는 최근 시내에 있는 '슬픔의 밤' 광장의 이름을 '승리의 밤' 광장으로 바꾸겠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이 광장엔 테노치티틀란 함락 1년 전인 1520년 6월 30일 코르테스가 아스테카 군대에 패해 테노치티틀란을 떠난 이른바 '슬픔의 밤'에 그 밑에서 울었다는 나무가 서 있다.
세계사에서 널리 통용되는 '슬픔의 밤'이라는 용어가 정복자들의 시각에서 붙은 이름이기 때문에 멕시코 원주민들을 주체로 달리 해석해야 한다는 것이 명칭 변경의 취지였다.
다만 이날 밤 전사한 이들의 상당수가 코르테스와 동맹을 맺은 멕시코 원주민이라는 점에서 '승리의 밤'이라는 용어를 놓고도 반론이 제기된 바 있다.
mihy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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