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백신비 요구'에 한국기업 모금액 100억 육박

입력 2021-08-17 06:11   수정 2021-08-17 12:14

베트남 '백신비 요구'에 한국기업 모금액 100억 육박
삼성전자 38억·SK 11억·롯데 5억…한인사회 "교민 백신 접종에 도움되길"
LG전자 16억 내고도 백신 접종 '난항'…주베트남 한국대사 거듭 지원 요청



(하노이=연합뉴스) 김범수 특파원 = 베트남 정부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구매를 위해 한국기업들이 낸 돈이 거의 1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17일 주베트남 한국대사관 및 호찌민 총영사관에 따르면 최근까지 한국 기업들이 낸 백신 기금은 최소 1천800억동(92억원)에 달한다.
가장 많은 기부금을 낸 기업은 삼성전자로 750억동(38억원)을 냈다.
이중 400억동을 중앙정부에 기부했고 박닌, 박장, 타이응웬 등 지방성에 낸 금액은 350억동이다.


직원 수 대비 기부금 규모가 가장 큰 기업은 SK다.
SK는 중앙정부에 100만달러를 냈는데 현지인을 포함한 전체 직원수는 하노이 20명, 호찌민 80명, 붕타우 300명 등 총 400명이다.
삼성전자 기부액의 3분의 1에 못미치만 직원 당 기부액은 수십배 많다.
SK는 내년 1분기 SK바이오사이언스 공장에서 자체 개발한 백신이 생산되면 우선적으로 베트남에 제공할 수 있도록 협상을 진행하겠다고 베트남 국가주석에게도 공언하기도 했다.
SK그룹 관계자는 "백신을 맞으려고 돈을 낸 게 아니라 순수한 의미에서 기부를 한 것"이라고 말했다.
LG는 전자와 디스플레이, 이노텍 등 계열사 생산시설이 위치한 하이퐁시에 한화로 약 16억원의 백신 기금을 냈다.
롯데는 하노이시와 호찌민시에 각각 30억동, 중앙정부 40억동 등 총 100억동을 기부했다.
CJ는 베트남 재무부에 64억9천만동을 냈고 신한은행도 60억동을 중앙은행을 통해 전달했다.
효성 등 다수의 한국기업들도 기부금을 냈다고 호찌민 총영사관은 전했다.
이와는 별도로 베트남에 거주하는 한인들 중 상당수가 기부금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현지에 진출한 기업들과 교민들이 낸 기부금을 모두 합치면 100억원이 훨씬 상회할 것으로 추산된다고 한인단체들은 내다봤다.
베트남 중앙정부는 지난 5월말 코로나 4차 유행이 시작되자 공공부문 뿐 아니라 기업들로부터도 지원을 받아 백신 구매 펀드 조성에 나섰다.
하노이한인회 윤상호 회장은 "한국기업과 교민사회의 기부는 양국 간 우호 관계를 거듭 확인하는 사례"라면서 "교민들을 위한 백신 확보에도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백신 기금을 낸 한국기업의 직원들은 속속 백신을 맞고 있다.
삼성전자는 전체 직원 4만2천여명이 1차 접종을 마쳤고 최근 2차 접종이 시작됐다.
SK도 직원 400명이 모두 1차 접종을 마무리했다.


반면 LG는 지난달말 하이퐁 공장 직원 100여명을 시작으로 백신 접종에 나섰지만 물량 확보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LG전자 관계자는 "각 기관 및 지역사회와 공조해 현지 직원을 대상으로 한 백신접종 방안을 수립중"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베트남 전역에서 백신이 거의 동이 났고 그나마 남은 물량도 호찌민 등 남부의 '핫스팟'에 몰리고 있는 상황이어서 어려움이 예상된다.
기부금을 백신을 할당하는 중앙정부가 아닌 지방성에만 낸 것도 물량 확보가 원활치 않은 요인 중 하나라는 지적도 나온다.
이에 따라 주베트남 박노완 한국대사는 지난달 9일 하이퐁시 당서기 및 시장을 직접 만나 LG에 대한 백신 지원을 요청한 데 이어 최근 하노이에서 열린 행사 참석차 들른 지방 정부 관계자들에게 거듭 도움을 요청했다.
LG전자는 지난 2015년 준공한 하이퐁 공장에서 세탁기 등 생활가전과 자동차 부품을 생산하고 있으며 현지 직원수는 2천명에 달한다.
LG디스플레이는 직원 2만명, LG이노텍은 1천500명을 각각 두고 있다.
bumsoo@yna.co.kr
'백신 구매비용 내달라' 베트남 요구에 한국 기업 100억원 냈다 / 연합뉴스 (Yonhapnews)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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