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자 "부실 검증으로 판매·제휴…일 터지니 나몰라라"
(서울=연합뉴스) 하채림 기자 = 서비스 기습 축소 후 대량 환불 사태가 벌어진 할인 플랫폼 머지포인트의 이용자들은 포인트 판매 이벤트를 벌인 이커머스, 제휴 금융사와 유명 프랜차이즈, 그리고 금융당국에도 책임론을 제기했다.
포털의 '머지포인트 피해자 모임' 카페와 관련 기사에는 머지포인트 운영사 머지플러스와 공동으로 머지포인트 판매 이벤트를 진행한 이커머스 업체를 비판하는 글을 쉽게 볼 수 있다.
이용자들에 따르면 티몬, 위메프, 11번가, 지마켓 등은 수시로 다양한 '딜'과 추가할인을 내세워 머지포인트를 대량 판매했다.
일부 구매자들은 이커머스업체들이 검증 책임을 방기하고 머지포인트 판매에 열을 올렸으면서 사태가 터진 후에는 수수방관하고 있다고 성토했다. 피해자 모임의 한 회원은 "이커머스는 업체를 제대로 파악하고 판매를 중개해야 할 의무가 있는데 그것을 소홀히 했다"며, 이커머스가 환불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커머스들은 앱에 머지머니로 등록된 머지포인트는 환불이 불가능하다고 안내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머지포인트를 판매한 이커머스업체의 한 관계자는 "무엇보다 이커머스는 머지플러스의 상품 판매 경로일 뿐"이라며 "원칙적으로 판매 상품에 대한 책임은 판매자에게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오픈마켓이나 이커머스가 상품의 하자로 인해 환불 요구에 응한 전례도 더러 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이커머스들이 구매자로부터 받은 결제대금을 머지플러스에 지급하지 않도록 해달라는 내용이 담긴 청원이 등장했다.
이용자들은 제휴 가맹점과 금융회사도 소비자의 판단을 흐리게 했다고 지적했다.
하나금융그룹의 회원 프로그램 하나멤버스는 머지플러스와 제휴로 머지플러스 구독 연간권을 판매했다.
KB국민카드는 머지포인트 이용에 집중적으로 혜택을 제공하는 특화 카드(PLCC)를 하반기에 출시하기로 올해 6월 머지플러스와 협약(MOU)을 체결했다.
카페의 한 회원은 "제과점, 편의점, 대형마트 등 대기업이 제휴한 것 보고 믿음이 가서 썼는데 이제 그 브랜드 매장을 보면 화가 난다"고 썼다.
이커머스와 금융회사 등은 머지플러스가 보유한 '100만 가입자'에 주목해 제휴·협약을 추진했지만, 필요한 사업자 등록을 마치지 않았다는 사실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한 것으로 파악됐다.
KB국민카드 관계자는 "대규모 고객 기반과 다수 제휴 가맹점을 확보한 머지플러스와 공동으로 PLCC를 추진하고자 MOU를 일단 체결했다"며 "MOU 체결 단계에서는 상세한 법적 검토가 수반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했다.
또 "머지플러스는 앞서 다른 금융회사와도 이미 제휴를 맺고 협업하고 있었다"며, 법적 요건이 미비를 인지하기 어려웠다고 해명했다.
이커머스업체 관계자 역시 "제휴 가맹점에 유명 프랜차이즈가 다수 포함됐고 이용자도 많았기 때문에 위법성 문제가 있으리라고 의심할 만한 정황도 없었다"고 말했다.
이용자들은 '금융당국은 도대체 뭘 했느냐'는 지적도 쏟아졌다.
여신금융업계의 한 관계자는 "기존 금융회사는 단순한 부수사업을 하려 할 때도 당국의 깐깐한 심사를 거쳐야 하는데 플랫폼·핀테크사업자에 대해선 당국의 감시·규제가 상대적으로 느슨하다"며 유사 사태가 언제든 재발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 머지플러스 "14일 밤 온라인 신청자 일부 환불"
머지플러스는 14일 밤 9시 20분께 온라인 환불 신청자를 상대로 '2차 환불'이 진행됐으며, 17일에 환불이 재개된다고 공지했다. 실제로 피해자 모임 카페에는 이날 밤부터 15일 새벽까지 환불을 받았다는 글이 이어졌다.
머지머니 잔액 226만여원을 보유한 한 이용자는 169만원가량이 입금됐다는 앱 갈무리 이미지를 공유했다. 머지플러스가 앞서 환불 안내문에서 밝힌 대로 결제액의 90%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그러나 더 먼저 환불을 신청했는데도 입금이 되지 않고 있으며 주변인 중에도 환불받은 이용자가 없다는 글도 잇따랐다.
환불 공지 이후 15일 새벽에도 일부 이용자들은 머지포인트 본사에 남아 환불을 계속 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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