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판 언론 라프렌사 '응징'…11월 대선 앞두고 야권 탄압 이어가
(멕시코시티=연합뉴스) 고미혜 특파원 =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야권 탄압을 이어가고 있는 니카라과의 다니엘 오르테가 정권이 정부를 비판해온 유력 일간지 대표까지 체포했다.
니카라과 경찰은 14일(현지시간) 일간 라프렌사의 후안 로렌소 올만 대표를 체포했다고 AFP·로이터통신 등이 보도했다. 올만 대표는 관세 사기와 돈세탁 등의 혐의를 받고 있다고 경찰은 밝혔다.
경찰은 전날 수도 마나과의 라프렌사 본사를 수색하고 창고 등을 압류한 바 있다.
라프렌사는 1926년 창간된 니카라과 최고(最古) 신문이자 오르테가 정권에 꾸준히 비판적인 논조를 유지해온 매체로, 최근까지 니카라과에 마지막으로 남은 종이 신문이기도 했다.
니카라과에선 2018년 반(反)정부 시위 이후 오르테가 정권이 신문 인쇄용지 등의 수입 통관을 막으며 비판 언론들을 옥죈 탓에 자금난 등에 시달린 여러 언론이 줄줄이 종이신문 발행 중단이나 폐간을 택했다.
오르테가 대통령이 2007년 재집권한 이후 지금까지 20개 이상의 독립 언론매체가 문을 닫아야 했다고 AFP통신은 설명했다.
지면과 발행 부수를 대폭 줄여 근근이 버텨오던 라프렌사도 정부가 최근 또다시 이유 없이 인쇄용지를 압류하자 지난 12일 자를 마지막으로 종이신문 발행을 중단했다.
당시 라프렌사는 12일 자 1면에 "독재 정권이 우리 종이를 가져갔지만, 진실을 감출 수는 없다"며 온라인판을 통해 진실 보도를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오르테가 정권이 곧장 '응징'에 나서 손발을 묶어버린 탓에 라프렌사가 보도를 계속할 수 있을지는 불투명해졌다.
오는 11월 7일 대선에서 통산 5선에 도전하는 75세 오르테가 대통령은 지난 6월 초부터 여러 혐의를 씌워 야권 인사들을 줄줄이 체포하며 국제사회의 비판을 받았다.
대권 주자 7명을 포함해 정치인, 언론인, 시민단체 관계자 등 야권 인사들을 30명 넘게 체포했고, 대선 후보 등록 이후엔 유력 야당의 대선 출마 자격을 박탈했다.
이 같은 오르테가 대통령의 폭주에 미국과 유럽연합(EU)은 물론이고 멕시코, 아르헨티나 등 중남미 좌파정권 국가들도 비판의 목소리를 내면서 오르테가 정권의 외교적 고립도 심화하고 있다.
mihy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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