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지어로 '학생' 의미…1994년 결성된 이슬람 근본주의 단체
1996∼2001년 아프간 통치…빈 라덴 보호하다 미국에 정권 잃은 후 되찾아
(테헤란=연합뉴스) 이승민 특파원 = 15일(현지시간)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을 비롯해 전국을 다시 장악한 이슬람 무장 조직 탈레반은 어떤 단체일까.
탈레반이 결성된 계기는 1989년 소련이 아프간에서 철수한 뒤 유지되던 나지불라 정권이 무너지면서다.
1990년대 초중반 아프간은 여러 군벌이 내전을 벌였는데, 파슈툰족 출신 이슬람 근본주의자 집단이 남부 칸다하르를 중심으로 급성장했다.
이들은 현지어로 '학생' 또는 '제자'를 뜻하는 탈레반이라고 불렸다.
탈레반을 이끈 지도자는 이슬람 근본주의자 무함마드 오마르였다. 그는 1994년 전사 30여 명과 함께 탈레반을 처음 결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마르는 아프간 전역을 신의 법에 따라 다스리는 신정일치 국가를 꿈꿨다.
탈레반은 내전 과정에서 승승장구하며 세력을 키워 1996년 9월 카불을 손에 넣는다.
탈레반이 아프간을 통일할 수 있었던 데는 아프간을 관통하는 무역로가 필요했던 베나지르 부토 당시 파키스탄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이 뒷받침됐다.
탈레반은 이슬람주의 국가를 건국하고 오마르를 국가수반으로 세운다.
탈레반 정권은 이슬람 샤리아법(종교법)을 앞세워 엄격하게 사회를 통제했다.
춤, 음악, TV 등 오락이 금지됐고 도둑의 손을 자르거나 불륜을 저지른 여성을 돌로 쳐 죽게 하는 벌도 허용됐다.
특히 여성은 취업 및 각종 사회 활동이 제약됐고 교육 기회가 박탈됐다. 외출할 때는 부르카(얼굴까지 검은 천으로 가리는 복장)까지 착용해야 했다.
오마르는 9·11테러의 배후로 잘 알려진 오사마 빈 라덴과 밀접한 관계였다.
1996년 탈레반이 아프간을 장악하자 빈 라덴은 그가 이끌던 알카에다의 근거지를 수단에서 아프간으로 옮긴다.
이후 탈레반과 알카에다는 서로 도움을 주고받으며 성장했다.
탈레반의 붕괴는 2001년 발생한 9·11테러로 시작됐다.
9·11 테러 후 조지 W. 부시 당시 미국 대통령은 '테러와의 전쟁'을 선포하고 탈레반에게 빈 라덴을 넘겨 달라고 요구했다.
그러나 오마르는 빈 라덴이 테러를 지시했다는 증거를 제시하라며 미국의 요구를 거부했다.
이에 미국은 2001년 10월 아프간을 침공했다.
미군은 탈레반에 적대적인 아프간 북부 부족을 앞세워 전쟁 개시 한 달 만에 카불을 점령한다.
미군의 우세 속에 탈레반은 몰락했고 북부 부족 연합은 새로운 아프간 정부를 세웠다.
이후 탈레반은 아프간 정부군 등에 맞서 20년간 내전을 이어왔다.
올해 취임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아프간 미군 임무 종료를 선언하고 9월 11일까지 철군을 완료하겠다고 밝혔다.
미군 철수 속에 탈레반은 15일 카불을 점령하고 20년 만에 재집권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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