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레반의 여성 권리 수용 입장에도 우려 여전
'통치 2기' 피해 고국 등지는 이들 많을 듯
(뉴델리=연합뉴스) 김영현 특파원 = 아프가니스탄 이슬람 무장조직 탈레반이 20년 만의 재집권을 앞두면서 어떤 식으로 '탈레반 통치 2기'가 펼쳐질지 이목이 쏠리고 있다.
탈레반은 현지어로 '종교적인 학생', '이슬람의 신학생' 등을 뜻하며 1994년 남부 칸다하르를 중심으로 시작된 탈레반 운동을 모태로 결성됐다.
이후 1996년 무슬림 반군조직 무자헤딘 연합체로 구성된 라바니 정부까지 무너뜨리며 집권했고 2001년 미국 침공으로 정권을 잃었다.
탈레반은 당시 통치기에 이슬람 샤리아법(종교법)을 앞세워 엄격하게 사회를 통제했다. 음악, TV 등 오락이 금지됐고 도둑의 손을 자르거나 불륜을 저지른 여성을 돌로 쳐 죽게 하는 가혹한 벌도 허용됐다.
특히 여성은 취업 및 각종 사회 활동이 제약됐고 교육 기회가 박탈됐다. 외출할 때는 부르카(얼굴까지 검은 천으로 가리는 복장)까지 착용해야 했다.
하지만 탈레반은 최근 세력을 확대하는 과정에서는 여성의 권리를 수용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과거 집권기에 국제사회로부터 따돌림 받은 점을 고려해 이번에는 정상적인 국가로 인정받기 위해 달라진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고민한 흔적이 읽혀지는 대목이다.
실제로 탈레반은 아프간 정부가 사실상 항복을 선언한 15일에도 향후 권력을 쥐더라도 여성 권리를 존중하겠다는 입장을 나타내기도 했다.
이날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탈레반 대변인은 "히잡(이슬람 여성의 머리와 목 등을 가리는 스카프)을 쓴다면 여성은 학업 및 일자리에 접근할 수 있을 것"이라며 여성 혼자서 집밖에 나서는 것도 허용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런 입장은 탈레반 지도부의 생각일 뿐 이에 동의하지 않는 보수 강경파도 많아 현실화여부를 낙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탈레반은 세부 종파와 지역에 따라 여러 집단이 뭉친 조직이기 때문이다.
이미 이날 온라인상에서는 카불에서 여성이 등장한 사진을 페인트칠로 덮는 사진이 올라와 우려를 자아냈다.
아프간 톨로뉴스 로트풀라 나자피자다 대표가 이날 트위터에 올린 사진을 보면 한 뷰티살롱 외벽에 부착된 여성 모델 광고사진을 흰색 페인트로 덧칠하는 모습이 담겼다.
앞서 낸시 펠로시(민주) 미국 하원의장은 전날 성명을 통해 아프간 여성과 소녀들이 탈레반의 비인도적인 처우에 놓이지 않도록 국제사회가 보호해야 한다고 촉구하기도 했다.
인권 침해를 우려한 주민 엑소더스(탈출)도 가속할 것으로 보인다.
외신에 따르면 탈레반이 최근 아프간 곳곳을 장악해나가면서 수십만 명이 피란에 나섰다. 이들을 포함한 아프간 내 난민은 총 330만명으로 파악된다.
최근에는 탈레반 점령지를 탈출한 이들이 카불로 몰려들었다.
아동보호단체 세이브더칠드런은 카불에 온 피란민은 약 12만명에 달한다고 추산했다.
그런데 이제 아프간 정부가 붕괴하게 된 만큼 카불 등의 난민들은 고국을 등져야 하는 상황에 내몰리게 됐다.
아프간과 국경을 접한 파키스탄에 이미 등록된 아프간 난민만 140만명이 있다.
미등록 난민까지 합치면 파키스탄 내 아프간 난민은 300만명에 가까울 것으로 추산된다.
임란 칸 총리는 지난달 "파키스탄은 이미 300만명의 아프간 난민을 받아들였는데 내전이 길어질 경우 더 많은 난민이 유입될 수 있다"며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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