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유가격 인상 움직임에 가격구조 개편 논의로 불똥
소·돼지 도축량도 늘리기로…추석전 농축산 물가잡기 총력
(세종=연합뉴스) 박용주 기자 = 우유 가격 인상을 추진하는 낙농업계에 정부가 가격 결정 구조 개편이라는 메스를 들이대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우유 소비량이 급감하는 상황에서 가격은 인상되는 모순을 더 용인하지 않겠다는 취지다.
소·돼지 도축량을 늘려 추석을 앞두고 축산물가도 더 강력하게 잡기로 했다.
17일 기획재정부와 농림축산식품부 등에 따르면 정부가 우유 가격 구조를 개편하는 방안을 내부 검토 중이다.
정부 관계자는 "우유 소비가 줄어드는 상황과 관계없이 생산비용에 따라 가격을 올리는 현재 우유 가격 결정 체계에 문제가 있다고 보고 개편 방안을 마련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연말까지 낙농업계와 머리를 맞대고 개편 방안을 모색해보자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이런 발언은 현재 진행되는 우유 가격 인상 논의를 일단 유보하자는 것이다.
낙농업계는 우유 가격 인상 절차를 진행 중이다. 이달 1일부터 원유 가격을 ℓ당 947원으로 21원 올리기로 결정했으나 아직 각 우유업체에 통보가 되지 않은 상태다.
가격 인상 최종 절차만 남겨둔 상황에서 정부의 가격 결정구조 개편 논의는 결국 마지막 실행 버튼을 차단하려는 조치로 해석된다.
정부는 시장의 수요·공급과 상관없이 생산비 상승분을 고려한 가격에 우유를 사들이는 '원유가격 연동제'에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구제역 파동 후 낙동가를 돕기 위해 마련된 제도인데 이런 식으로 가격을 결정하다 보니 가격은 계속 오르기만 한다.
우유는 남는 상황이다. 지난해 국민 1인당 흰 우유(백색시유) 소비량은 26.3㎏으로 1999년 24.6㎏ 이후 가장 적었다.
반면 분유 재고량은 올해 2월 기준 1만2천109t으로 2016년 9월(1만2천609t) 이후 4년 5개월 만에 가장 많았다.
지속적인 학령인구 감소와 소비 취향 변화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급식마저 줄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원유 가격 인상이 이대로 확정될 경우 우유뿐 아니라 유제품과 커피, 제과·제빵 등으로 먹을거리 가격이 줄줄이 오르는 점은 정부가 우유 가격 인상에 개입하는 이유다.
정부는 최근 꿈틀거리는 축산물 가격을 안정시키고자 소·돼지 도축을 늘리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7월 소비자물가동향을 보면 돼지고기는 1년 전보다 9.9%, 국산 쇠고기는 7.7% 오른 바 있다.
정부 관계자는 "사육 마릿수는 평년이나 작년 대비 괜찮은 수준인데 가격이 오르는 상황"이라면서 "추석을 앞두고 소·돼지 도축량을 늘리고 수입 물량도 확대하는 방안을 살펴보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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