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이자 기회?…美부재 '탈레반의 아프간' 보는 중국 시선

입력 2021-08-16 18:05   수정 2021-08-17 12:13

위기이자 기회?…美부재 '탈레반의 아프간' 보는 중국 시선
신장위구르 독립운동세력과 탈레반 연계 가능성에 우려
'일대일로' 맥락서 경제력 앞세워 美영향력 대체 시도할수도



(베이징=연합뉴스) 조준형 특파원 = 미국의 철수와 탈레반의 '권토중래'가 교차하는 아프가니스탄을 바라보는 중국의 시선은 복잡하다. 우려와 조심스러운 기대가 공존하는 분위기다.
중국 외교부 화춘잉(華春瑩) 대변인은 16일 브리핑에서 아프간 국민들의 선택을 존중한다며 탈레반의 권력 장악을 사실상 인정했다.
그와 동시에 화 대변인은 아프간 탈레반이 아프간 재건과 발전에 중국이 동참해 줄 것을 기대한다는 뜻을 표시한 사실과, 아프간 영토를 이용해 중국을 해치는 세력을 용납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고 소개했는데, 이 발언 속에 중국의 우려와 기대가 그대로 내포돼 있다.

아프간은 중국의 14개 접경국 중 하나다. 두 나라는 '와칸 회랑'을 통해 약 73km에 달하는 국경선을 공유하고 있다.
우선 중국의 우려는 주로 탈레반이 신장(新疆) 위구르자치구 분리독립을 주장하는 '동투르키스탄 이슬람 운동'(ETIM)의 중국 내 테러활동을 지원할 가능성에 대한 것이다.
ETIM과 탈레반은 같은 이슬람 수니파 계열이다. 탈레반이 종교적 동질감에 입각해 ETIM을 돕고, ETIM에 대한 중국 정부의 강경 조치에 함께 저항하고 나설 경우 중국에게는 심각한 고민거리가 될 수 있다.
ETIM이 실체조차 모호하다는 지적도 있지만 중국 공산당의 최우선 어젠다인 '하나의 중국'을 흔들 수 있는 '연쇄 폭발력'이 있는 사안이라는 점에서 중국의 우려 섞인 시선이 느껴진다.
왕이(王毅) 중국 외교 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이 지난달말 톈진(天津)에서 탈레반 2인자 물라 압둘 가니 바라다르를 만난 것은 'ETIM리스크' 관리 측면이 커 보였다.
당시 왕 부장은 "탈레반이 ETIM 등 모든 테러단체와 철저히 선을 긋고 이들에 단호히 타격을 가해 지역의 안전과 발전 협력에 장애물을 없애고 긍정적인 역할을 할 것을 바란다"고 당부했고, 바라다르는 "탈레반은 어떤 세력도 아프간의 영토를 이용해 중국에 해를 끼치는 일을 허락하지 않겠다"고 화답했다. 일단 현재까지는 탈레반이 중국의 우려를 불식하려 하는 양상이다.
그런 반면, 중국이 공식적으로 말은 하지 않지만 미묘한 기대 심리도 있을 것이라는게 중국 관측통들의 분석이다.
미국과의 패권 경쟁 측면에서 중국의 접경국이자, 중앙아시아의 전략적 요충지 아프간에서 미군이 완전철수하는 것이 중국 입장에서 오직 우려할 일이기만 한 것은 아닐 수 있다는 것이다.
현지 정세 불안의 불똥이 중국으로 튀어 넘어오는 것만 막는다면, 미군의 아프간 철수는 미중관계에서 상정 가능한 최악 상황에서 아프간 주둔 미군이 중국으로 넘어 들어올 수 있다는 우려 요소 하나가 완전히 사라지는 것을 의미한다.
또 아프간이 중국의 일대일로(一帶一路:중국-중앙아시아-유럽을 연결하는 육상·해상 실크로드) 프로젝트 대상국 중 하나라는 점에 주목하는 시선도 있다.
향후 탈레반 정권과의 협력 하에 현재 재건 사업 참여 등을 통해 아프간 탈레반 정권의 '후견인' 역할을 하며 역내 영향력을 넓히려 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즉, 경제력을 바탕으로 미국의 자리를 대신하려는 목표를 세워두고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군사적 영향력 행사에 대해 중국은 현재로서는 조심스러운 입장이다.
일단 환구시보 등 중국 관영 매체들은 중국이 아프간에 파병하는 방안에 대해서는 선을 긋고 있다.
다만 중국이 아프간 현지 고정 주둔 병력은 두지 않더라도 현지 정세 상황이 불안해지고, 그것이 중국 국경의 불안으로 이어지는 상황을 막는 등의 필요가 생길 경우 군사개입할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고 있지는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최근 중국 인민해방군이 러시아군과 함께 중국 닝샤(寧夏)회족자치구의 칭퉁샤(靑銅峽) 합동전술훈련기지에서 '서부연합-2021 연습'을 실시했을 때도 아프간의 돌발적 상황에 대비하는 것이 훈련의 목적 중 하나라는 관측이 중국 내 전문가들 사이에서 제기된 바 있다.

jhcho@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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