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헤란=연합뉴스) 이승민 특파원 = 이슬람 무장단체 탈레반이 순식간에 아프가니스탄 정권을 장악하자 카불 공항은 탈출을 위해 몰려든 인파로 가득 찼습니다.
16일(현지시간) 톨로뉴스와 외신에 따르면 이날 날이 밝기도 전에 수천 명의 시민이 아프간을 탈출하기 위해 공항으로 몰려들었습니다.
탈출을 위해 몰려든 수많은 인파로 공항은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됐고, 이들을 해산하려는 미군이 발포하면서 극도의 긴장감이 이어졌습니다.
트위터 등 SNS에는 하미드 카르자이 국제공항에 난입한 시민들이 항공기에 탑승하려고 안간힘을 쓰는 모습이 담긴 동영상이 올라왔습니다.
비행기에 타려고 필사적으로 탑승 계단에 매달린 시민의 모습은 월남 패망 당시 '사이공 탈출'을 떠올리게 하는 급박한 상황입니다.
1975년 남베트남 패망 직전 4월 29일 미국은 헬기를 동원해 대사관 직원과 베트남인들을 대피시켰습니다.
당시 북베트남군의 포격이 미군이 주둔한 사이공 떤셔넛공군기지까지 닿자 비행기 탈출을 중단하고 헬기를 왕복 운항해 북베트남에 남은 미국인 등 민간인을 남중국해에 있던 함정들에 실어날랐던 것입니다.
이 작전으로 미국인 1천300여명, 베트남인과 제3국적자 5천500여명이 사이공이 북베트남 수중에 떨어지기 직전 가까스로 탈출에 성공했습니다.
탈레반 무장 대원들은 카불 대통령궁을 접수하고 승리를 자축했습니다.
밀려든 인파로 여객기가 뜰 수 없는 상태가 되자, 공항 당국은 모든 민항기의 운항이 중단됐다고 발표했습니다.
아프간 항공 당국은 카불 영공 통제가 군에 넘어갔다며, 항공기 노선 변경을 권고했고 이미 유나이티드항공 등 여러 외항사들이 아프간 영공을 피하기 위한 항로 조정에 나선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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