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매체 "대만·미국, 아이티의 입장 변화 우려"
(홍콩=연합뉴스) 윤고은 특파원 = 대통령 암살에 이어 강진이 강타한 카리브해의 섬나라 아이티가 혼란 속 중국과 손잡을 것에 대한 우려가 대만과 미국에서 제기되고 있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17일 보도했다.
아이티는 대만과 수교한 15개국 중 하나로, 중국은 그간 아이티에 대만과의 국교를 끊고 중국과 수교할 것을 제안해왔다.
SCMP에 따르면 미국 공화당의 톰 티파니 상원의원과 스콧 페리 하원의원은 최근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에 서한을 보내 대통령 암살에 따른 여파로 아이티의 불안정한 상태가 가중될 수 있으며 중국의 정치적 간섭이 진행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어 "중국은 미국과 대만의 이익을 줄이기 위해 틀림없이 아이티의 정치적 혼란을 이용하려 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은 2016년 독립 성향의 차이잉원(蔡英文) 총통 당선 후 대만을 외교적으로 고립시키는 데 힘을 쏟고 있다.
그 결과 중남미 지역에서는 엘살바도르와 도미니카공화국이 대만과 단교했다.
중국은 특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백신에 목마른 이들 지역 국가들에 '백신 외교'를 펼치면서 아이티가 대만과의 관계를 재고하도록 노력해왔다.
루예청 대만 국립정치대 교수는 "동맹국에서 자연재해나 정치적 불안정이 발생하면 동맹의 수가 한정된 우리에게는 도전이 되며, 우리는 그들이 우리와의 공식적인 관계를 반드시 유지하도록 노력해야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중국이 기회를 잡지 못하도록 대만이 아이티를 도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그는 대만이 아이티와 60년 이상 수교하면서 여러 지원 프로그램 등을 통해 강한 유대감을 형성했기 때문에 중국이 아이티를 사로잡는 게 어려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차이 총통은 지난 15일 아이티 강진 피해 복구에 50만 달러와 함께 다른 물품 지원을 약속했다.
또 구조팀이 대기하고 있다며, 아이티 정부가 지원 요청할 경우 바로 파견하겠다고도 했다.
대만의 정치 분석가 로스 대럴 페인골드는 아이티의 혼란이 반드시 중국에 기회가 되지는 않는다고 봤다.
외교관계 변화는 정부가 바뀐 직후나 과도 정부 때 이뤄질 수 있지만, 중국에 가장 중요한 것은 해당 정부의 결정이 추후 번복될 위험이 없는 상태에서 이뤄지는 것이며 그렇기에 중국이 아이티의 상황을 좀 더 두고 볼 것이라는 설명이다.
페인골드는 그러면서 "대만은 아이티가 필요로 하는 때에 도움으로써 국제사회에 대만이 현금 지원보다 많은 것을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줘야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대만이 아이티에 현지 치안 유지를 위해 경찰이나 군을 파견할 수 있고, 상당한 양의 코로나19 백신과 의료진 파견을 지원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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