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베이=연합뉴스) 김철문 통신원 = 아프가니스탄 정부가 이슬람 무장조직 탈레반에 의해 붕괴되자 중국의 군사적 압박을 받는 대만에서도 적잖은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미국이 그동안 각종 원조를 아끼지 않은 아프간에서 일방 철수하면서 정권이 무너지자 미국에 대한 의존을 경계하는 목소리와 '대만은 아프간과는 다르다'는 의견이 충돌하는 모양새다.
17일 자유시보 등 대만 언론에 따르면 야당인 국민당 당적의 자오사오캉(趙少康) BCC 라디오 방송국 사장은 전날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대만도) 아프간의 실패를 교훈으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대만은 아프간에서 미국이 보여준 태도를 교훈 삼아 중국과의 '전쟁'과 '평화' 사이에서 명확히 생각해야 하며 미국에만 기대면 아무 일도 없을 것으로 보아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또 전쟁을 해야 한다면 지금처럼 '미국에 의지해 모든 것이 태평하다'는 생각을 버리고 준비를 철저히 해야 한다고 적었다.
자오사오캉은 이어 차이잉원(蔡英文) 총통에게 (중국과의) 전쟁을 결정했다면 징병제 복원 외에도 전 국민 징병제를 실시하는 이스라엘과 같은 엄격한 훈련 및 최신 무기 등을 준비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러면서 만약 아프간처럼 사태가 위급해지면 차이 총통의 선택은 결사 항전과 해외 탈출 가운데 어느 것이냐고 물었다.
이에 대해 쑤전창(蘇貞昌) 대만 행정원장은 아프간의 정세가 어지러운 것은 내부 정세가 먼저 어지러웠기 때문이라며 내부의 안정과 질서가 유지된다면 대만을 침략하려는 어떠한 무력에도 대항할 수 있다고 반박했다.
또 내정이 안정된다면 혼란한 기회를 틈탄 다른 국가의 침략이 없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대만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상황에서도 일치단결해 마이너스 성장인 타국과 달리 플러스 성장세로 돌려놓은 점을 언급하며 대만의 저력을 거론하기도 했다.
랴오훙샹(廖宏祥) 전 국방대학의 명예 강좌 학자는 "대만은 아프가니스탄이 아니다"라면서 부패한 아프간 정부와 달리 대만의 국방전략은 정규군이 방어하는 형태로 아프간의 내전과 베트남의 유격전과는 '확연히 다르다'고 지적했다.
그는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NATO), 한국, 일본, 리투아니아와 에스토니아, 라트비아 등 발트 3국, 폴란드 등의 국가 안보 전략이 모두 미국과 함께 하는 것이라면서 "대만은 당연히 미국 쪽에 서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어 한국이 미국의 무기를 구매하면서도 한국형 전투기(KF-21) 개발에 나섰다며 대만의 안보 전략이 더욱 적극적이고 명확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집권 민진당의 쑤즈펀(蘇治芬) 입법위원(국회의원)은 "미국은 믿을 수 없다"면서도 대만이 '제2의 아프간'이 될 것이라고 주장하는 건 그 비유가 적절하지 못하다고 지적했다.
jinbi100@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