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태계 중심 역할…사라지면 인류 심각한 곤란 겪을수도"
(서울=연합뉴스) 엄남석 기자 = 꿀벌을 비롯한 화분매개체 감소의 가장 큰 원인은 서식지 감소와 농약 사용이 꼽혔으며, 인류에게 많은 혜택을 제공하는 "생태서비스"를 위협하는 결과로 이어질 것으로 지적됐다.
영국 케임브리지대학교와 외신 등에 따르면 이 대학 동물학과 생태학자 린 딕스 박사가 이끄는 연구팀은 세계적인 화분매개체 감소의 원인과 인류에게 미치는 영향을 다룬 연구 결과를 과학 저널 '네이처 생태와 진화'(Nature Ecology & Evolution)에 발표했다.
딕스 박사는 세계 6대 지역 대표와 과학자 20명으로 연구팀을 꾸려 꿀벌부터 나비, 딱정벌레, 박쥐, 벌새 등에 이르는 화분매개체의 급격한 감소 원인과 결과를 기존 연구와 조사를 토대로 분석했다.
그 결과, 화분매개체 감소의 가장 큰 원인은 서식지 파괴가 꼽혔으며 가축 방목지 확대와 비료 사용 증가, 단일작물 경작 등과 같은 토지 관리와 농약사용 확산 등이 그 뒤를 이었다.
연구팀은 자료는 부족하지만, 기후변화를 화분매개체 감소의 네 번째 원인으로 지목했다.
화분매개체 감소가 인류에게 미치는 가장 큰 직접적 위험으로는 전 지역에서 식량과 바이오연료 작물의 양과 질이 떨어지는 것이 꼽혔다.
모든 작물과 꽃식물의 약 75%가 화분매개체에 의존하고 있으며, 지난 50년간 화분매개체에 의존한 작물 생산이 300% 증가한 것으로 집계돼 있다.
딕스 박사는 "화분매개체에 발생하는 상황은 인류에게 큰 연쇄적 영향을 줄 수 있다"면서 "이 작은 생물이 인간과 다른 동물이 영양분을 의존하는 것을 포함해 생태계에서 중심적 역할을 하고있어 이들이 사라진다면 인류는 심각한 곤란을 겪을 수도 있다"고 했다.
연구팀은 지역별로 북미에서는 벌이 질병 등으로 집단 폐사하는 '군집붕괴현상'으로 양봉업과 같은 "관리형 화분매개체" 이용 기회가 줄어드는 것이 큰 위험이 되고 있는 것으로 분석했다. 이들 벌은 아몬드와 사과 등과 같은 작물의 수확을 늘리는 역할을 해왔다.
저소득 국가가 많은 아프리카와 아시아-태평양 지역, 남미 등지에서는 화분매개체 감소로 야생 식물과 열매 수확이 줄어드는 것을 심각한 위협으로 지적했다.
특히 남미에서는 화분매개 곤충이 꽃가루를 옮겨 열매를 맺게 해 주는 캐슈와 콩, 커피, 코코아 등이 주요 식량이자 교역 상품이 되고 있어 화분매개체가 사라졌을 때 가장 큰 손실을 볼 것으로 전망했다.
유럽에서는 적어도 꿀벌의 37% 이상, 나비 종의 31%가 줄어들어 화분매개 부족과 생물다양성 손실을 최대 위협으로 꼽았으며, 딸기부터 유채에 이르는 작물이 피해를 볼 수 있는 것으로 제시했다.
연구팀은 그러나 남반구 저개발국의 화분매개체 상황에 관해서는 아는 것이 충분치 않다는 신중한 입장을 나타냈다.
논문 공동 저자인 레딩대학교의 톰 브리즈 박사는 이와 관련, "이번 연구 결과는 화분매개체 감소와 이것이 인류 사회, 특히 개발도상국에 미치는 영향에 관해 우리가 얼마나 모르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유럽과 같은 지역의 화분매개체 상황에 관해서는 자료를 갖고있지만 다른 많은 지역에서는 심각한 정보 격차가 있어 인류가 당면한 문제를 이해하고 대처하려면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고 했다.
eomn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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