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최근 수년간 계속된 부동산 가격 급등에 따라 집을 사고파는 사람 모두에게 큰 부담이 되는 부동산 중개수수료의 개편 방안이 제시됐다. 국토교통부가 연구 용역을 거쳐 16일 발표한 3개의 개편안은 6억원 이상 아파트의 중개수수료율을 낮추겠다는 내용을 공통으로 담았다. 현재는 거래되는 아파트의 가격에 따라 2억원 이상~6억원 미만은 0.4%, 6억원 이상~9억원 미만은 0.5%, 9억원 이상은 0.9%의 상한 요율을 적용하고 있다. 가격이 9억원을 넘는 아파트를 매매할 경우 중개수수료 부담이 껑충 뛰는 구조다. 문제는 서울과 수도권 주요 도시의 경우 웬만한 아파트는 최고 요율의 중개수수료를 내야 할 정도로 값이 크게 치솟았다는 점이다. 5년 전만 해도 5억원 대 중반이었던 서울 아파트의 중위가격은 지난 6월 10억1천417만원으로 처음 10억원을 넘어섰고 7월에는 여기서 1천만원 넘게 더 올랐다. 당분간 집값이 하향 안정화하기를 기대하기도 어렵다. 2·4 대책 발표 이후 3~4월 0.3%대로 잠시 주춤했던 서울의 집값 상승률은 5월 0.4%, 6월 0.49%를 기록한 데 이어 7월에는 0.71%로 상승 폭이 커졌다. 더는 '고가 주택'이라고 부르기도 어려운 10억원대 아파트를 사고파는 데 최고 요율이 적용돼 1천만원 가까운 중개수수료를 내야 하는 것이 말이 되느냐는 불만이 터져 나온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하다.
국토부가 마련한 개편안 가운데 1안은 12억원 미만은 0.4%, 그 이상은 0.7%로 상한 요율을 단순화했다. 2안은 9억원 미만은 0.4%, 9억~12억원은 0.5%, 12억~15억원은 0.6%, 15억원 이상은 0.7%로 상한 요율을 규정했다. 3안의 거래금액별 상한 요율은 6억원 미만은 0.4%, 6억~12억원은 0.5%, 12억원 이상은 0.7%다. 고가 주택을 중심으로 중개수수료 부담은 낮아지지만, 상대적으로 1안은 고객에게 유리하고 3안은 공인중개사에게 유리하며 2안은 그 중간이라고 할 수 있다. 2안이 채택된다면 10억원짜리 아파트를 매매할 때 내야 하는 수수료는 900만원에서 500만원으로 낮아지게 된다. 익히 예상했던 대로 중개수수료가 주 수입원인 공인중개사들은 크게 반발하고 나섰다. 한국공인중개사협회는 "전체적인 중개보수 인하 방침만을 내세우며 협회와 진정성 있는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중개보수를 인하하는 것을 절대 용납할 수 없다"면서 청와대와 국회, 국토교통부 등에서 협회장의 단식 투쟁을 시작으로 전국적인 시위에 돌입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공인중개사 단체가 자기 권익 지키기에만 골몰한다면 오히려 자승자박이 될 수 있다. 이미 중개수수료가 과다하다고 여기는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중개사를 통하지 않는 직거래가 크게 늘고 있으며 인터넷이나 모바일로 부동산 정보를 소개하는 업체들이 사실상 '사이버 중개사'의 역할을 해 온 것도 이미 오래전 일이다. 공인중개사들이 중개하는 안전하고 신뢰할 수 있는 거래의 비중을 늘리기 위해서라도 중개수수료는 합리적인 범위 안에서 책정될 필요가 있다.
중개수수료 체계 개편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기준은 소비자들의 편익이 돼야 할 것이다. 가뜩이나 부동산 가격 급등으로 고통받는 실수요자들이 덩달아 치솟은 중개수수료로 인해 떠안는 부담은 가능한 한 최소화해야 한다. 그렇다고 해서 여기에 생계가 달린 중개업자들의 의견을 제대로 수렴하지 않고 중개수수료 개편을 밀어붙이는 것 역시 바람직하다고 할 수 없다. 국토부는 17일 오후 관계 기관과 전문가 등이 참여한 가운데 토론회를 개최한 데 이어 이달 중 최종 개편안을 확정하고 11월께 새 중개수수료율을 담은 공인중개사법 시행규칙 개정안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남은 기간에 소비자와 공인중개사 업계의 최대공약수를 찾아 윈윈하는 방안을 도출해 주기를 기대한다. 더 장기적으로는 부동산 거래 체계 전반을 재점검해 시대적 변화에 걸맞게 개편할 필요가 있다. 공인중개사가 원매자에게 의뢰받은 매물을 보여주고 계약이 성사되면 수수료를 받는 방식은 과거 '복덕방' 시대부터 거의 변화된 것이 없다. 인공지능과 첨단 IT 기술을 접목해 더욱 신속하고 편리하게, 또 안전하게 집을 사고팔 수 있는 체계를 마련하는 데 정부와 관련 업계가 힘을 모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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