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대성 폭풍 그레이스로 폭우 쏟아져…구조 작업에도 차질
생존자 발견 가능성 낮아져…막막한 이재민들 "먹을 게 없다"
(멕시코시티=연합뉴스) 고미혜 특파원 = 규모 7.2의 강진으로 쑥대밭이 된 카리브해 아이티를 수마까지 할퀴고 지나갔다.
16일(현지시간) 밤과 17일 오전 사이 아이티에는 열대성 폭풍 그레이스가 몰고 온 많은 비가 쏟아졌다. 일부 지역엔 홍수가 발생했고, 지진 구조작업도 잠시 중단됐다.
열대성 저기압으로 아이티에 상륙한 후 열대성 폭풍으로 세력이 강해진 그레이스는 폭우와 강풍을 동반한 채 아이티를 통과한 뒤 현재는 자메이카 부근을 지나고 있다.
소셜미디어에는 순식간에 강처럼 변해버린 도로와 허리 아래까지 차오른 흙탕물을 헤치고 걷는 남성의 모습 등이 올라왔다.
지난 14일 오전 수도 포르토프랭스 서쪽 125㎞ 지점에서 발생한 규모 7.2 지진으로 신음하고 있는 아이티에 이번 열대성 폭풍은 그야말로 설상가상이었다.
지진 피해가 특히 컸던 레카이에선 집을 잃은 이재민들이 나무 막대와 방수포, 비닐 등으로 만들어놓은 엉성한 천막이 밤새 내린 비로 망가졌다고 로이터통신이 전했다.
17일 오전 빗줄기가 약해지자 이재민들은 망가진 천막을 보수하며 지진 3일째 아침을 맞았다.
강진으로 인한 사망자는 전날 1천419명까지 늘었다. 부상자는 6천900명에 달한다.
시간이 흐르면서 생존자를 발견할 가능성은 점점 희박해지는 반면 잔해 속에서 수습되지 못한 시신이 여전히 많아 사망자는 계속 늘어날 것으로 우려된다.
지진으로 완전히 무너지거나 망가진 집도 3만 채가 넘는다.
유니세프는 어린이 54만 명을 포함해 120만 명의 아이티 국민이 이번 지진의 피해를 봤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한국 정부가 아이티에 100만 달러를 지원하는 등 각국에서 도움의 손길이 이어지고 있지만, 아직 현지의 상황은 열악하기만 하다.
레카이 천막촌에 있는 한 이재민은 로이터에 "의사도 없고 음식도 없다. 매일 아침 더 많은 사람이 몰려온다. 화장실도, 잠을 잘 곳도 없다. 음식이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수중에 돈도 떨어진 이재민들은 무너진 집들을 돌며 내다 팔 만한 금속을 찾고 있다고 AP통신은 전했다. 은행 앞엔 외국의 가족이나 친척이 부쳐준 돈을 찾으려는 시민들이 여러 시간 줄을 서서 기다렸다.
병원에도 부상자들이 밀려들어 환자들이 복도와 베란다에까지 누워있는 상황이다.
극빈국 아이티에선 2010년 대지진과 2016년 허리케인 매슈 때에도 수많은 사상자와 이재민이 나왔다. 당시에도 국제사회에서 지원이 밀려들었지만, 아이티 국민은 지원금이 제대로 분배되지 않았다고 불만을 제기했다.
지난달 조브넬 모이즈 대통령이 암살당한 후 대신 국정을 책임지고 있는 아리엘 앙리 총리는 2010년과 같은 일을 반복하지 않겠다며, 국제사회의 인도적 지원을 제대로 분배하겠다고 약속했다.
mihy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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