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경제의 역설…학부모에 700달러 통학 보조금 지급하기도
대체 교사, 상담사도 구인난…학교 식당에 쓸 케첩까지 부족
(로스앤젤레스=연합뉴스) 정윤섭 특파원 = 미국의 초·중·고등학교들이 생각지도 못한 스쿨버스 기사 구인난으로 아우성을 치고 있다.
미국 연방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 시기 막대한 경기 부양 자금을 풀어 학교마다 이른바 '코로나 머니'가 넘쳐나지만, 돈을 준다고 해도 스쿨버스 기사를 구할 수 없는 역설적인 상황이 펼쳐지고 있어서다.
워싱턴포스트(WP)는 17일(현지시간) 코로나 대유행에 따른 "경제적 혼란이 교실을 강타하고 있다"며 스쿨버스 기사가 부족해지자 교육 당국이 학부모에게 자녀 통학용 보조금을 지원하는 상황마저 빚어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델라웨어주 윌밍턴의 이스트사이드 차터스쿨은 스쿨버스 기사를 못 구해 버스 운행에 차질이 빚어지자 학부모들이 자녀들을 직접 등하교시킬 수 있도록 각 가정에 700달러를 제공하기로 했다.
이 학교 책임자인 애런 배스는 버스 기사는 물론이고 학교 수위, 식당 일꾼, 상담사 등 모든 인력이 부족하다며 "아무리 돈이 많아도 필요한 것을 구할 수 없다"고 하소연했다.
스쿨버스 기사 400여명이 필요한 펜실베이니아주 피츠버그 공립학교들은 구인난으로 개학을 2주 연기했고 오하이오주 애크런 공립학교는 버스노선 수를 줄이고 정류장을 통합하는 다이어트 운행에 나섰지만, 65명의 기사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메릴랜드주 몽고메리 카운티는 기사 구인난과 더불어 새 스쿨버스도 들여오지 못하는 이중고에 처했다.
코로나 사태로 글로벌 부품 공급에 차질이 빚어지면서 스쿨버스 에어컨에 쓰이는 컴퓨터 칩이 부족해지자 스쿨버스 제조업체들의 완성차 배송이 지연됐기 때문이다.
WP는 "많은 교육구가 코로나 대유행 시기 2천억달러 연방 재정 지원을 통해 유난히 많은 현금을 보유하고 있지만, 학교 현장이 정상으로 복귀하려 해도 돈만으로는 해결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전했다.
경제학자들과 학교 관계자들은 이러한 현상을 코로나 경제의 역설로 묘사했다.
미국이 막대한 재정을 풀고 경제 활동이 재개되면서 일자리는 늘고 실업이 줄고 있지만, 스쿨버스 기사 등 상대적으로 낮은 임금의 대면 서비스 업종은 근로자들의 외면을 받고 있다는 것이다.
코로나 대유행으로 '집콕 온라인 쇼핑'이 늘고 많은 배송업체가 더 좋은 조건을 제시하며 운전사 수요를 빨아들인 것도 스쿨버스 기사 구인난에 한몫하고 있다.
이렇다 보니 스쿨버스 기사에게 더 많은 보너스를 주겠다는 유인책도 먹혀들지 않는 실정이다.
메릴랜드 교육구의 토드 왓킨스 교통국장은 "우리는 큰 혜택을 기사들에게 제공하지만 다른 곳의 근무 조건이 더 좋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고 말했다.
델타 변이 확산도 학교 현장 인력 부족을 부채질하고 있다.
교육 당국이 퇴직한 선생님들을 대체 교사로 모시려고 해도 코로나 감염을 우려해 손사래를 치는 경우가 허다하다는 것이다.
여기다 학용품 제조업체의 현장 인력 부족으로 수채화 물감과 화이트보드용 마커 등의 배송이 지연되고 학교 식당에 쓸 케첩마저 부족한 사례도 발생하고 있다.
WP는 코로나 대유행 기간 패스트푸드 배달 주문이 크게 늘고 일회용 케첩 수요도 증가하면서 학교에서 사용할 케첩도 부족해지고 있다며 플로리다주 올랜도의 오렌지카운티 공립학교는 케첩이 아닌 대체 소스를 비축하고 있다고 전했다.
jamin7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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