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르카의 부활'…공포에 떠는 아프간 여성들

입력 2021-08-18 09:34   수정 2021-08-18 17:12

'부르카의 부활'…공포에 떠는 아프간 여성들
방송사 여직원들 정직에 외출·복장 제한 가시화
탈레반 귀환에 아프간 부르카 가격 10배까지 폭등



(서울=연합뉴스) 심재훈 기자 = 이슬람 무장 조직 탈레반이 아프가니스탄을 장악함에 따라 20년 전 집권 시절 국제 사회의 비판을 받았던 여성 억압이 재연될 우려가 커지고 있다.
17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탈레반은 아프간 국영 TV의 유명 앵커인 카디자 아민을 비롯해 여성 직원들을 무기한 정직시켰다.
아민은 "나는 기자인데 일할 수 없게 됐다"면서 "다음 세대는 아무것도 갖지 못할 것이며 우리가 20년간 이룬 모든 것이 사라질 것이다. 탈레반은 탈레반으로 그들은 변하지 않았다"고 비난했다.
이런 고백은 탈레반 미디어팀 소속 간부 몰로이 압둘하크 헤마드가 TV 뉴스채널에서 여성 앵커 베헤슈타 아르간드와 나란히 앉아 인터뷰하는 등 과거와 달라진 모습을 선전하는 가운데 나왔다.
NTY는 "이들 두 앵커의 사례는 탈레반이 나라를 장악함에 따라 아프간 여성들이 어떤 상황에 부닥칠지에 대한 불확실성과 깊은 불안감을 반영한다"며 "아프간 여성들은 억압적인 과거로 돌아갈까 봐 두려워하고 있다"고 전했다.
자비훌라 무자히드 탈레반 대변인은 "여성에 대한 편견은 용납되지 않겠지만 이슬람적 가치는 우리의 틀"이라면서 이슬람법을 적용할 것임을 시사했다.
문제는 탈레반의 이슬람법 해석이 2001년 미국의 침공 이전 집권 당시처럼 엄격할 것인지 여부다.
아프간 곳곳에서는 탈레반이 낡은 질서를 다시 확립하기 시작했다는 징후가 이미 포착되고 있다.
각 지역의 아프간 여성들이 탈레반의 강력한 규제를 우려해 거리에서 머리부터 발끝까지 가리는 부르카(얼굴까지 검은 천으로 가리는 복장)를 착용하기 시작했다고 목격자들은 전했다.
아프간 일부 지방의 여성들은 남성 친척이 동행하지 않는 한 집을 떠나지 말라는 지시를 받았다. 카불 대학교에서는 여학생들이 남자 보호자와 동행하지 않는 한 기숙사 방을 나가지 못하도록 했다.
아프간 서부 헤라트에서는 탈레반 무장 괴한들이 대학 정문을 지키며 여학생들과 강사들의 캠퍼스 출입을 막았다.
칸다하르에서는 여성 건강 관리 클리닉이 문을 닫았다. 일부 지역에서는 탈레반이 여학교를 장악한 이후 폐쇄했다.



일부 아프간 여성은 집을 나설 때 몸을 가리고 남자 친척과 동행해야 한다는 탈레반의 엄격한 규칙을 지키려다 보니 부르카를 살 시간이 없다고 호소했다.
CNN은 "아프간 여성들에게 부르카는 지난 20년 누렸던 권리의 갑작스러운 박탈을 의미하며 이들은 이를 되찾지 못할까 봐 두려워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처럼 아프간 여성들이 갑자기 부르카를 착용하며 공포에 떠는 이유는 탈레반이 1996∼2001년 집권 당시 이슬람 샤리아법(종교법)을 앞세워 엄격하게 사회를 통제했기 때문이다.
당시 아프간 여성은 취업 및 각종 사회 활동이 제약됐고 교육 기회가 박탈됐다. 외출할 때는 부르카까지 착용해야 했다.
한편, 인도 매체인 인디아투데이는 여성 억압의 상징인 탈레반의 귀환으로 아프간 여성들이 부르카 착용에 나서면서 카불의 부르카 가격이 10배나 급등했다고 보도했다.
카불에 사는 한 아프간 여성은 "나와 여동생, 어머니가 나눠 쓸 부르카가 1~2개밖에 안된다"면서 "부르카가 없으면 더 큰 스카프를 만들기 위해 침대 시트라도 가져와야 한다"고 말했다.

president21@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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