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통령, 저항 촉구·군벌은 군사 투입…"카불 북부 지역선 군사 충돌"
(뉴델리=연합뉴스) 김영현 특파원 = 이슬람 무장조직 탈레반이 전국을 장악한 아프가니스탄에서 또다시 내전이 발발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아프간 정부가 무너지고 20년 전쟁이 사실상 끝나가는 상황에서 반(反)탈레반 전선이 본격적으로 형성될 조짐이 보이기 때문이다.
우선 정부 측에서 탈레반에 대한 저항 목소리를 냈다.
로이터·타스 통신 등에 따르면 암룰라 살레 제1부통령은 17일(현지시간)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아슈라프 가니 대통령이 해외로 도피한 것을 언급하며 아프간 내에 있는 자신이 합법적 대통령 대행이라고 선언했다.
그러면서 그는 탈레반에 대한 저항에 동참할 것을 촉구하면서 자신은 결코 탈레반에 굴복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군대를 철수시킨 미국이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와 달리 아프간인들은 저항 정신을 잃지 않았다며 아프간이 과거 월남전 당시의 베트남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자고 호소했다.
탈레반에 맞서 무장 봉기를 하라고 국민을 독려한 셈이다.
실제로 탈레반과의 전투도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타스통신은 18일 이란 알-알람 TV를 인용해 카불 북동부 판지시르 주에서 살레 부통령을 지지하는 부대가 탈레반과 충돌했다고 보도했다.
알-알람 TV는 살레 부통령 지지 부대는 앞서 카불 북부 파르완주의 주도 차리카르도 탈환했다고 덧붙였다.
차리카르는 북부 최대 도시 마자르-이-샤리프와 카불을 연결하는 길목에 자리 잡고 있다.
이와 함께 알-알람 TV는 우즈베크족 군벌 출신 압둘 라시드 도스툼 전 부통령이 판지시르로 1만명의 부대를 출동시켰다고 보도했다.
도스툼 전 부통령은 과거 반탈레반 북부동맹의 핵심 지도자로 2001년 미국이 탈레반 정부를 공격할 때 앞장서기도 했다.
그는 탈레반과 전투 과정에서 탈레반 대원 수백 명을 컨테이너에 가둬놓고 질식사시켰다는 혐의를 받는 등 인권 탄압으로도 악명이 높은 인물이다.
도스툼 전 부통령은 최근 탈레반 대공세 때 군벌 출신 아타 모함마드 누르 전 발흐주 주지사와 함께 민병대를 이끌고 마자르-이-샤리프를 지키다가 정부군이 항복하자 달아났다.
탈레반은 과거 통치기(1996∼2001년) 때도 비파슈툰족이 주로 사는 북부 지역 등 전국의 10%가량은 끝내 장악하지 못했다.
탈레반의 세력 기반은 아프간 인구의 42%를 차지하는 파슈툰족이다. 아프간은 파슈툰족 외 타지크(27%), 하자라(9%), 우즈베크(9%) 등 여러 종족으로 이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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