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 전 총리 등 외교정책 실패 비판…참전용사 출신 의원 연설엔 박수
존슨 "아프간 장악, 탈레반 예상보다도 빨랐다…미국 없이 단독으로 한다는 건 환상"
(런던=연합뉴스) 최윤정 특파원 = 영국 하원이 아프가니스탄 사태에 관해 보리스 존슨 총리를 향해 일제히 비난을 쏟아냈다. 야당뿐 아니라 테리사 메이 전 총리 등 여당 거물급 인사들까지 앞장섰다.
존슨 총리는 18일(현지시간) 하원이 휴가 중에 아프간 사태와 관련해 개최한 비상 회의에서 여야 모두로부터 집중포화를 받았다고 영국 언론들이 전했다.
같은 보수당의 메이 전 총리는 자신의 후임인 존슨 총리의 아프간 대응을 강하게 비판했다.
메이 전 총리는 영국이 미국 철수 후 아프간 정부를 계속 지원하기 위해 다른 동맹국들을 모으지 않았다는 것이 "이해할 수 없고, 걱정된다"며 "영국 외교정책에서 주요한 실패사례"라고 지적했다.
그는 탈레반의 능력을 오산한 것이 영국 정보기관 능력이 형편없기 때문인지 미국을 따르기만 하면 된다고 생각해서인지를 따져 물었다.
그는 또 "우리는 글로벌 브리튼(GB)이라고 자랑하지만, 카불 거리 어디에 글로벌 브리튼이 있냐"라고 꼬집었다.
토비아스 엘우드 국방위원장도 "영국이 아프간을 떠나선 안 됐다"고 지적했다.
아프간 참전 용사인 톰 투겐트하트 하원 외무특별위원장이 '아프간뿐 아니라 동료들의 희생도 버린 것 같은 느낌'이라며 그들의 분노와 슬픔을 전할 땐 의사당 안이 고요해졌다. 연설 후엔 박수가 쏟아졌다.
존슨 총리는 "아프간 장악은 탈레반의 예상보다도 더 빨리 전개됐다"며 "영국 정부가 준비가 안 됐다거나 예견치 못했다고 말하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그는 아프간에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의 핵심 임무는 성공했다고 주장했다. 20년간 알카에다 테러 분자들을 소탕했고 교육 수준, 여성 권리, 자유 선거 등이 개선됐다는 것이다.
그는 또 탈레반이 인권을 준수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이는 말이 아니라 행동으로 평가돼야 한다고 말했다.
존슨은 아프간 혼란이 미국의 철군 결정 때문이라는 주장도 폈다.
그는 영국이 미국 없이 연합을 결성해서 아프간 정부를 지원할 수 있다는 것은 '환상'이고 냉혹한 현실은 다른 동맹들이 싸우길 원치 않는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총리의 30분 연설은 화가 난 의원들에 의해 계속 중단됐다.
하원이 여름 휴가 중에 모인 것은 2014년 9월 이라크 내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세력 '이슬람국가(IS)' 퇴치를 위한 공습 승인 이후 처음이다.
의원들이 의사당을 꽉 채운 것은 코로나19 사태 이후 1년 반 만에 처음이다.
여당인 보수당 의원들은 상당수가 서 있어야 했다. 보수당 의원들은 대부분 노 마스크로, 노동당 의원들과는 대조를 이뤘다고 더 타임스가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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