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5년 히로시마 원폭 투하 상황 전하며 편견 부추겨
NHK "진지하게 받아들여 계속 재발 방지 대책 철저"
(도쿄=연합뉴스) 김호준 특파원 = NHK 히로시마(廣島) 방송국이 한국인을 깎아내리는 표현을 트위터에 게재한 것과 관련해 현지 변호사회가 차별을 조장했다고 지적했다.
교도통신에 따르면 히로시마변호사회는 1945년 히로시마 원자폭탄 투하 상황을 전하기 위해 NHK 히로시마 방송국이 운영한 트위터 계정의 일부 게시글에 대해 "방송 사업자의 대응으로는 지극히 부적절하고 결과적으로 (재일 한국인에 대한) 차별적 행동을 유발, 조장했다"고 18일 판단했다.
변호사회는 개선을 요구하는 요청서를 NHK 히로시마 방송국에 같은 날 제출했다.
앞서 NHK 히로시마 방송국은 1945년에 트위터가 있었다고 가정하고 당시 중학교 1학년 소년 등이 히로시마 원폭 투하 전후 상황을 전하는 형식으로 '1945 히로시마 타임라인'이라는 제목의 트윗을 작년 3월부터 연재했다.
그런데 중학생 소년의 가상 트윗에 조선인에 대한 편견을 부추기는 내용이 포함돼 논란이 됐다.
예를 들어 작년 6월 16일 '1945년 6월 16일'이라고 가정하고 올린 트윗에선 "조선인 놈들은 '이 전쟁은 곧 끝난다', '일본은 질 것이다'라고 아무렇지도 않게 내뱉는다"는 소년의 발언을 게재했다.
소년은 "무의식중에 발끈해 분노로 가득한 대꾸를 하려고 했으나 상대는 숫자가 많고 이쪽은 수가 적어 당해 낼 수가 없다. 게다가 상대가 조선인이라서 대꾸할 말이 마땅하지 않다. 어금니를 꽉 깨물었다"고 덧붙인 것으로 돼 있다.
1945년 8월 20일을 가정해 올린 트윗에는 "조선인이다. 오사카역에서 전승국이 된 조선인 군중이 열차에 올라탄다!"며 "'우리는 전승 국민이다. 패전국은 나가라'라는 압도적인 위력과 고함을 지르면서 초만원 열차의 창문을 있는 대로 깨부순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이와 관련, 재일본대한민국민단(민단) 중앙본부 인권옹호위원회와 재일조선인총연합회(조선총련)는 히로시마 변호사회에 인권 구제를 신청했다.
이에 변호사회는 NHK에 차별을 조장할 의도가 있었다고는 말할 수 없지만, 재일 한국인을 비방·중상하는 내용이 다수 포함됐다고 인정한 것이다.
NHK 히로시마 방송국은 이런 지적에 대해 "진지하게 받아들여 계속 재발 방지 대책을 철저히 하겠다"고 논평했다.
NHK 측은 작년 말에 문제의 트위터 계정을 삭제한 바 있다.
hojun@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