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카르타=연합뉴스) 성혜미 특파원 = 아프가니스탄을 떠올리면 늘 전쟁과 테러, 난민이 떠오릅니다.
미군과 국제동맹군이 떠나자마자 아프간을 장악한 탈레반.
탈레반은 과거 5년의 통치(1996∼2001년) 시절과 달라지겠다고 약속했지만, 시민들은 못 믿겠다며 공포에 떨고 있습니다.
아프가니스탄은 소련과 1979년∼1989년 전쟁을 벌였습니다. 당시 피란민은 500만명 이상으로 추정됩니다.
내전 상황을 정리한 무장반군 탈레반은 1996년 9월 수도 카불로 진군해 아프간 정권을 잡았습니다.
탈레반은 5년간 극도로 엄격한 샤리아(이슬람 율법)를 적용했습니다.
여성들의 교육·일할 기회를 박탈하고, 전신을 가리는 부르카 없이 외출을 막았으며 음악과 TV까지 금지했습니다.
탈레반이 정권을 잡고 5년 뒤인 2001년 9·11테러를 일으킨 알카에다 수장 오사마 빈라덴의 신병 인도를 원하는 미국 요구를 거부하다가 미국·아프간 전쟁이 발발했습니다.
미군은 탈레반의 정권을 무너뜨리고, 아프간 현지 병사들과 함께 도시 밖으로 몰아냈습니다.
시민들은 자유로운 생활에 차츰 익숙해졌고, 여학생들도 학교에 갈 수 있게 됐습니다.
2004년 아프간에서는 최초의 민주적 선거로 대통령이 탄생했습니다.
아프간 시민들은 탈레반의 테러 위험 속에서도 일상을 영위했습니다.
인터넷 카페도 생기고, 카불의 첫 놀이동산도 생겼습니다.
아프간 여성은 공군 조종사도 되고, 장관, 시장도 됐습니다.
하지만, 미군과 국제동맹군이 올해 5월부터 철수하면서 탈레반은 전광석화로 농촌지역을 장악하고, 주요 도시를 집어삼켰습니다.
각 주의 주도에서 수도 카불로 피난민이 몰려왔습니다.
하지만, 카불마저 지난 주말 탈레반의 수중에 넘어갔고, 아프간 정부는 정권 이양을 선언했습니다.
카불 국제공항에는 필사의 탈출을 위해 수천 명의 시민이 몰려들어 아수라장이 됐습니다.
공항으로 달려 나온 이들은 대부분 남성으로, 아프간 여성은 극소수에 불과했습니다.
아랍에미리트로 달아난 아슈라프 가니 아프간 대통령이 챙겨간 돈이 1억6천900만 달러(약 2천억원)에 달한다는 주장이 제기됐고, 부통령의 호화로운 사저 내부 모습이 도마 위에 올랐습니다.
탈레반 지도부는 여성 인권을 존중한다고 약속했지만, 대원들의 행동은 그렇지 않습니다.
카불 시내 미용실과 백화점 등의 여성 얼굴이 등장한 광고판은 검게 덧칠됐습니다.
아프간 여성들은 탈레반이 겁나 다시 부르카를 입었고, 아예 외출을 삼가고 있습니다.
부르카를 입지 않고 외출했다 탈레반의 총에 맞아 숨진 여성 사진도 공개됐습니다.
아프간은 탈레반의 재집권에 따라 소용돌이치고 있습니다. 특히, 아프간 여성들의 두려움이 큽니다.
트위터 등 SNS에는 '1970년대 미니스커트 입은 아프간 여성들'의 과거 사진이 올라왔습니다.
1970년 아프간 여성 농구팀이 모스크바에서 찍은 단체 사진도 SNS에 퍼졌습니다.
부르카도, 히잡도 쓰지 않고 당당한 표정입니다.
50년 전 아프간 여성들의 자유로운 모습에 전 세계 네티즌이 안타까움을 표현합니다.
noano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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