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고양이 크기 원시 유제류 세 종 발굴, 급격한 종 다양화 시사
(서울=연합뉴스) 엄남석 기자 = 약 6천600만년 전 소행성 충돌로 공룡이 멸종한 뒤 생쥐 크기로 대형 파충류에 억눌려 지내던 포유류에게 기회가 찾아온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공룡은 물론 지구상의 동식물종 75%를 사라지게 한 대멸종의 충격을 딛고 포유류가 종(種)의 다양성을 확보하며 번성을 시작하기까지 수십만 년이 걸린 것으로 알려졌지만 불과 수천 년 만에 종이 급격히 늘어났다는 새로운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국 볼더 콜로라도대학 연구팀은 와이오밍주 붉은사막 내 '그레이트 디바이드 유역'(Great Devide Basin)의 대멸종 직후 형성된 지층에서 발굴된 팔레오세 초기 원시 유제류(有蹄類) 화석을 분석한 연구 결과를 통해 이런 주장을 폈다.
국제 학술 전문 출판사 '테일러 앤드 프랜시스 그룹'(Taylor & Francis Group)에 따르면 연구팀은 쥐 크기에 그쳤던 공룡시대 포유류와는 달리 덩치가 집고양이 크기로 훨씬 커진 현대 포유류의 조상 격인 세 종의 새로운 화석을 발굴한 결과를 학술지 '체계적 고생물학 저널'(Journal of Systematic Palaeontology)에 발표했다.
이 화석종들은 말이나 코끼리, 소 등과 같은 발굽을 가진 유제류의 조상인 과절류(顆節類)로, 미니코누스 제아니내(Miniconus jeanninae), 코나코돈 헤팅게리(Conacodon hettingeri), 베오르누스 호네이(Beornus honeyi) 등의 학명이 부여됐다.
이 중 B. 호네이라는 학명은 큰 어금니를 가졌다는 점에서 J.R.R. 톨킨의 소설 '호빗'(The Hobbit)에서 흑곰으로 변하는 베오른족의 이름을 따서 지었다.
연구진은 원시 유제류 29종의 아래턱뼈와 이빨 화석을 분석해 해부학적 차이를 비교하고 계통 발생적 기술을 이용해 어금니 크기나 수직 법랑 등이 다른 원시 유제류와 구분되는 새로운 종이라는 점을 확인했다.
연구진은 이 포유류가 육식과 채식이 모두 가능한 이빨을 가져 잡식성이었을 것으로 추정했지만 채식만 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했다.
논문 제1저자인 콜로라도대학의 매들린 아테베리 연구원은 "공룡이 멸종한 뒤 포유류가 새로운 먹이와 환경에 접근할 수 있게 되면서 번성하고 이빨 형태도 급격히 다양화하고 덩치도 커졌다"면서 "대멸종 뒤 상대적으로 짧은 시간 안에 새로운 포유류 종이 등장한 데서 볼 수 있듯이 포유류는 이를 기회로 활용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특히 "이전 연구들은 공룡멸종 뒤 처음 수십만 년간 북미 서부 내륙에는 포유류의 다양성이 상대적으로 낮았던 것으로 제시해 왔지만, 그레이트 디바이드 유역에서 새로운 포유류 종이 세 종이나 발견된 것은 공룡 멸종 뒤 포유류 종의 다양성이 급격히 확대됐다는 것을 시사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 화석들이 현지에서 발굴된 420여 개의 포유류 화석 중 작은 일부에 불과하다는 점에서 팔레오세 초기의 포유류 다양성에 관해 완전히 파악된 것은 아니며, 더 많은 새로운 종이 나올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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