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레반이 아무리 총을 겨눠도…겁내지 않는 아프간 여성들

입력 2021-08-19 20:42   수정 2021-08-20 12:21

탈레반이 아무리 총을 겨눠도…겁내지 않는 아프간 여성들
종이 한 장씩 들고 거리 시위, 독립기념일 행렬에 참여도

(자카르타=연합뉴스) 성혜미 특파원 = 아프가니스탄 정권을 다시 잡은 탈레반이 여성 인권 존중을 공개 천명한 것과 달리 현장 탈레반 대원들의 폭력과 위협이 거세지는 상황에서 여성들이 당당히 얼굴을 드러내고 거리 시위에 나서는 등 속속 목소리를 내고 있다.



19일 트위터 등 SNS에서 '아프간 여성'(Afghanistan women)으로 검색하면, 여성들이 스스로 지키기 위해 밖으로 나오는 '놀라운' 동영상을 볼 수 있다.
한 동영상 속 여성 네 명은 각자 글자가 적힌 종이 한 장씩 들고 사람들을 향해 섰다.
이들 바로 앞에는 총을 든 탈레반 대원이 서성이고, 카메라가 방향을 돌리니 여성들 맞은편 차량에 총을 든 남성 여러 명이 보인다.
여성들은 두려워하지 않고 무언가를 외친다.
게시물 작성자는 "탈레반 집권 후 아프간 여성들이 첫 시위에 나서 정치·사회적 권리를 요구했다"고 전했다.
같은 동영상을 퍼 나른 네티즌은 이들이 "누구도 여성을 무시하거나 억압하지 말라. 기본권을 보장하라"고 외쳤다고 전했다.



트위터의 또 다른 동영상을 보면 거리 시위에 나선 여성들의 숫자가 훨씬 더 많다.
아프간의 독립기념일인 이날, 카불에서 여성들이 독립기념일 축하 행렬에 섞여 소리치는 동영상도 공개됐다.
남성과 소년은 물론 여성과 소녀들이 함께 아프간 국기를 들고 카불 거리로 나섰고, 탈레반 대원들이 이들에게 총을 겨누긴 했지만 무력 충돌 없이 지나쳤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탈레반은 최근 아프간 장악 후 기존 정부의 국기를 자신들을 상징하는 깃발로 교체하고 있다.
하지만, 이에 반대하는 시민들의 시위가 곳곳에서 발생하고 있다.
탈레반이 여성들만 골라내 위협하고, 집으로 돌려보냈단 증언도 잇따랐다.





또 다른 동영상은 이달 초 탈레반이 각주의 주도로 진군할 당시, 아프간 서부 헤라트의 여성들이 탈레반에 맞서 싸우기 위해 무기를 들고 카메라 앞에 선 모습을 담았다.
안타깝게도 헤라트는 순식간에 탈레반의 손으로 넘어갔다.
탈레반은 곧바로 헤라트의 대학 정문을 지키며 여학생들과 강사들의 캠퍼스 출입을 막았다.



탈레반이 순식간에 정권을 집어삼키면서, 최초의 여성 교육부 장관과 여성 시장에 대한 관심도 쏠렸다.
랑기나 하미디(45) 교육부 장관은 아프간 정부가 탈레반에 정권 이양을 선언하고, 대통령이 달아났음에도 끝까지 자리를 지키며 직원들을 달랬다.
하미디 장관은 BBC방송과 화상 인터뷰를 하면서, 대통령의 도피 소식에 대해 "믿을 수가 없다. 수치스러운 일"이라고 개탄했다.



아프간의 최연소 시장이자, 최초의 여성 시장인 자리파 가파리(29) 역시 지난 15일 "내 삶의 마지막 순간까지 조국의 번영을 위해 이곳을 떠나지 않을 준비가 돼 있다"며 "나는 조국과 평화, 국민, 심지어 고난과 고통까지 모두 사랑한다"고 적었다.



지난 15일부터 카불 국제공항에는 수천 명의 시민이 아프간을 탈출하기 위해 몰려들었다.
이들은 어떻게든 여객기에 타려고 탑승 계단에 매달렸다가 추락하기도 했고, 카불공항에서 이륙한 항공기 바퀴 부근에 매달렸다가 상공에서 떨어져 숨지기도 했다.
아수라장이 된 카불공항의 사진과 동영상을 보면, 남성이 여성보다 훨씬 많다.






탈레반이 점령한 아프간의 생생한 소식을 전달하는 여기자의 '강심장'도 회자되고 있다.
CNN의 아프간 여성 특파원 클라리사 워드는 총을 든 탈레반 대원들 바로 앞에서 리포트를 꿋꿋하게 진행했다.
그는 "이전과 달리 카불 거리의 여성이 훨씬 적다. 주변 분위기 때문에 히잡을 썼다"면서도 당당하게 인터뷰를 이어갔고, 이 모습에 네티즌들은 "용기에 박수를 보낸다"고 환호했다.



한편, 아프간의 네티즌들은 1970년대 자유롭게 미니스커트를 입고 거리를 활보했던 아프간 여성들의 사진을 퍼 나르며 아프간 여성들을 응원했다.
아프간 여성들은 과거 탈레반의 5년 통치(1996∼2001년) 시절 받았던 억압을 다시 받지 않고자, 스스로 목소리를 내고 있다.
당시 여성들은 교육·일할 기회를 빼앗기고, 전신을 가리는 부르카 없이 외출이 불가능했다.

noanoa@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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