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값 노린 납치 여전히 기승…의사 납치돼 수술 못받은 환자 숨지기도
(멕시코시티=연합뉴스) 고미혜 특파원 = 카리브해 국가 아이티가 규모 7.2의 강진으로 쑥대밭이 된 이후에도 범죄조직의 납치 범죄가 끊이지 않고 있다.
지진 부상자 등을 치료해야 할 의사들도 잇따라 납치의 타깃이 됐다.
19일(현지시간) AP통신에 따르면 지난 17일과 18일 아이티 수도 포르토프랭스에서 의사 2명이 각각 납치됐다.
18일 납치된 의사는 아이티의 몇 안 되는 정형외과 의사 중 한 명이었다. 이 의사가 근무하는 병원에선 지진 피해 지역에서 이송된 부상자 45명이 수술을 기다리고 있었다.
하루 전엔 긴급 제왕절개 수술을 하러 가던 산부인과 의사가 납치됐고, 수술을 기다리던 산모와 태아는 결국 사망했다.
두 사건 모두 납치범들이 의사의 가족들에게 접촉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몸값으로 얼마를 요구하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아이티 병원단체 DASH의 의사 로날드 라로슈는 AP에 "납치범들에게 매우 화가 난다. 그들 때문에 산모와 아이까지 목숨을 잃었다"고 비난하며 "납치범들이 더욱 대담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DASH는 항의의 표시로 산하 병원들의 비응급 진료를 이틀간 중단하겠다고 선언하기도 했다.
아이티에선 지난 14일 남서부를 강타한 규모 7.2의 강진으로 지금까지 2천189명이 사망하고, 1만2천268명이 부상했다.
몰려드는 부상자들로 피해지역은 물론 아이티 전역의 병원에서 의료 인력과 장비 등이 매우 부족해진 상황이다.
나라 전체 재난 상황인 가운데에도 올해 들어 급증한 납치 행각은 멈추지 않고 있다. 아이티 범죄조직들은 내국인과 외국인, 부자와 가난한 사람을 가리지 않고 닥치는대로 납치해 몸값을 뜯어내왔다.
한 병원 관계자는 의사들이 출퇴근 중 범죄의 표적이 될 위험을 피하기 위해 병원에서 2∼3일씩 머무르기도 한다고 AP통신에 전했다.
mihy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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