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몽이 현실로…탈레반, 언론인과 그 가족 총살 잇따라

입력 2021-08-20 11:19   수정 2021-08-20 17:12

악몽이 현실로…탈레반, 언론인과 그 가족 총살 잇따라
서방 협력자 리스트 작성…공항 가는 길 등 도심 곳곳서 검문



(서울=연합뉴스) 이광빈 기자 = "보복은 없다"던 탈레반의 약속이 점점 공염불이 그친다는 사실이 점점 드러나고 있다.
미국 등 서방에 협력에 아프가니스탄인들과 현지인 기자들에 대한 위협이 현실화하고 있다.
탈레반은 기자들과 그 가족을 목표로 삼고 있다.
독일 공영방송 도이체벨레는 19일 탈레반이 소속 기자를 잡기 위해 그의 집에 들이닥쳐 가족 1명을 사살했다고 보도했다.
가족 중 1명도 심각하게 부상당했다. 다른 가족은 다행히 탈출했다.
탈레반이 습격할 당시 해당 기자는 이미 독일로 탈출해 일하던 상황이었다.
도이체벨레는 "상상할 수 없는 비극"이라며 "탈레반이 이미 조직적으로 언론인을 색출하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라고 비판했다.
탈레반은 지금까지 도이체벨레 소속 현지 기자 3명의 집에 들이닥쳤다.
도이체벨레는 또 아프간 현지 라디오방송국인 팍티아 가그의 대표가 탈레반에 살해당했고 전했다.


독일 매체 디차이트에 자주 기고를 해온 번역가도 총살당했다.
이미 한 달 전에는 로이터 통신 소속으로 퓰리처상을 받은 인도인 사진작가 대니시 시디퀴가 탈레반에 사살된 바 있다.
19일 AFP 통신이 유엔 위협평가자문단으로부터 받은 보고서와 자체 취재한 데 따르면 탈레반은 체포 우선순위 명단을 갖고 대상자 색출 작업을 벌이고 있다.
보고서를 유엔에 제공한 노르웨이글로벌분석센터의 크리스티안 넬레만은 탈레반이 항복을 거부한 이들의 가족을 목표로 삼아 '샤리아 법(sharia law, 이슬람 율법)'에 따라 처벌하고 박해하고 있다고 전했다.
아프간 군과 경찰, 정보기관에서 주요 역할을 맡았던 이들이 우선순위 명단에 들어가 있다.
넬레만은 또 "미국 등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에 협력한 이들과 그 가족이 고문을 받거나 처형될 것으로 본다"고 우려했다.


그는 "이는 탈레반과 이슬람국가(IS), 다른 테러 단체들에 대응하는 서방의 정보기관의 네트워크와 정보 능력을 위태롭게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탈레반은 목표 인물들의 집을 수색하고 있다. 탈레반은 또 유일한 탈출구인 카불 공항으로 가는 길을 막고 검문을 실시하고 있다.
공항 가는 길뿐만 아니라 카불과 동부 도시 잘랄라바드 곳곳에 검문소가 설치됐다.
탈레반은 또 정보원을 신속히 모집하고 있고, 모스크 및 브로커와 접촉해 리스트를 계속 늘려나가고 있다.
탈레반은 아프간 정부에서 대테러 분야 종사자들에게 편지를 보내 업무 내역과 미국인, 영국인과의 관계에 대한 정보를 제공할 것을 요구했다.
편지에는 "네가 보고하지 않으면 가족이 대신 체포되고 너는 책임을 질 것"이라며 "너와 가족은 샤리아 법에 따라 다뤄질 것"이라고 적혀 있다.
노르웨이글로벌분석센터는 남아있는 의료 인력을 포함한 외국인들이 탈레반을 비판한다면 탈레반이 그들을 체포하거나 목표로 삼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lkbi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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