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카르타=연합뉴스) 성혜미 특파원 = 아프가니스탄 정권을 다시 잡은 탈레반이 과거와 달리 여성도 같이 일하자고 하더니 국영 TV 여기자의 출근을 가로막았다.
20일 AFP통신 등에 따르면 아프간 국영 TV(RTA) 6년 차 기자 샤브남 다우란은 탈레반이 국가를 장악한 뒤 일을 못 하게 됐다며 도움을 호소했다.
다우란은 "남자 동료들은 다 출근하는데, 나는 가로막혔다"며 "히잡을 쓰고, 사원증이 있음에도 탈레반은 나더러 '정권이 바뀌었다. 집으로 돌아가라'고 했다"고 동영상을 통해 증언했다.
이어 "사원증이 있는 남자 직원들은 사무실에 들어가는 게 허락됐지만, 나는 '시스템이 바뀌었으니 계속 일할 수 없다'는 말만 들었다"며 "내 이야기를 듣는 모든 분께 호소한다. 우리의 생명이 위협받고 있으니 우리를 도와달라"고 말했다.
다우란의 호소를 접한 네티즌들은 "탈레반이 그럴 줄 알았다", "다우란의 목숨이 위협받는 것 아니냐"고 우려했다.
탈레반은 과거 5년(1996∼2001년) 집권기에 여성들의 교육·일할 기회를 박탈했고, 외출 시 부르카 착용을 의무화했다.
재집권한 탈레반은 여성 인권 존중을 약속하며 부르카가 아닌, 머리카락만 가리는 히잡을 쓰면 학업과 일자리에 접근할 수 있고 혼자서 집밖에 나서는 것도 허용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또, 여성 공무원들도 계속 출근하라고, 같이 일하자 하고 탈레반 간부가 톨로뉴스의 여성앵커와 인터뷰하는 모습을 방송하는 등 '20년 전과 달라진 모습'을 부각했다.
하지만, 탈레반 대원이 부르카를 입지 않고 외출한 여성을 총살했고, 카불 시내 독립 기념일 시위 참가자 중에 여성만 골라서 집으로 돌려보내는 등 여성에 대한 차별·폭력행위가 속속 전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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