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인·성능 개선에도 가격 낮춰…조향·제동 등 기본기 충실
(서울=연합뉴스) 권희원 기자 = 수입차도 '가성비'를 논하는 시대의 서막을 연 폭스바겐이 베스트셀링 스포츠유틸리티차(SUV)로 꼽히는 '티구안'의 2세대 부분변경 모델을 내놨다.
지난달 말 출시된 신형 티구안은 디자인과 성능을 개선했음에도 가격은 기존 모델보다 최대 240만원까지 낮춰 3천만원대부터 구매할 수 있다.
지난 19일 시승을 위해 만난 티구안 2.0 TDI 4모션 프레스티지 트림의 인상은 폭스바겐의 감성을 간직하면서도 합리적인 가격을 지키기 위해 화려함을 포기하고 꼭 필요한 기능만 담은, '기본기'에 강한 차였다.
외관은 전면부 라디에이터 그릴을 기존 모델의 3줄에서 4줄로 넓히고 LED 헤드라이트의 디자인에도 변화를 줘 더욱 날렵한 인상을 강조했다.
또 보닛이 이전 모델보다 높아지면서 차체가 더 커 보이는 시각적 효과도 줬다.
후면부는 가운데 자리한 폭스바겐 로고와 'TIGUAN'이라는 레터링을 중심으로 가로로 뻗은 LED 테일램프가 간결하고 깔끔한 인상을 줬다. 프레스티지 트림은 방향지시등이나 비상등 점등시 순차적으로 불이 들어오는 '다이내믹 턴 시그널'로 고급스러움을 더했다.
실내는 눈길을 사로잡을 만한 획기적인 디자인 요소가 없어 '더하기'보다는 '빼기'에 무게를 실은 실용적인 차량이라는 점이 와닿았지만, 평범하고 익숙한 내부 환경이 오히려 주행시 안정감을 줬고 온전히 운전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도왔다.
뿐만 아니라 운전자에게 꼭 필요하고 유용한 기능들은 빼놓지 않고 챙기는 똑똑함도 엿볼 수 있었다.
신형 티구안은 최신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인 MIB3가 기본 탑재됐다. 9.2인치 멀티 컬러 터치 스크린은 제스처를 인식하도록 설계해 주행시 화면을 가리지 않도록 불필요한 버튼을 숨겼다가 손을 가까이 하면 나타났고, 손짓만으로도 화면을 넘길 수 있었다.
운전석에 위치한 10.25인치 디지털 계기판은 고해상도 그래픽을 통해 간결하고 명확하게 주행에 필요한 정보를 보여줬다. 내비게이션을 활성화하면 스크린뿐 아니라 계기판에도 지도가 나타나 주행시 시선을 돌리지 않고도 경로를 확인할 수 있어 편리했다.
다만 음성 인식 시스템은 개선이 필요해 보였다. MIB3는 음성 명령으로 라디오와 미디어, 내비게이션 등의 기능을 조작할 수 있는데, 명령어가 조금이라도 길어지면 인식을 하지 못했다.
신형 티구안에 올라타 서울 북악스카이웨이의 왕복 약 20㎞ 구간을 주행해 보니 기본기가 탄탄하고 '자동차의 본질'에 충실한 모델이라는 명성이 실감이 났다.
주행 감성은 무난하고 평범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눈에 띄게 부족한 부분도 없었다. 핸들을 꺾은 만큼 회전했고, 브레이크를 밟으면 곧바로 반응해 차량이 내가 원한 만큼 움직일 것이라는 믿음을 줬다.
핸들이 가벼워 코너링도 무리 없었다. 내리막길 속도 제한 장치가 탑재돼 내리막길 주행시 브레이크에 크게 신경을 쓰지 않아도 자동으로 속도가 조절됐다.
또 신형 티구안 전 트림에 기본 탑재된 '트래블 어시스트' 기능을 활용하니 설정값대로 앞 차와의 간격과 속도가 조절돼 더욱 편리하게 주행할 수 있었다.
다만 오르막길에서는 가속 페달에 상당히 힘을 실어야 해 추진력이 다소 부족한 느낌이었고, 오르막길에서 신호 대기를 위해 브레이크를 밟고 있다 발을 떼니 곧바로 차가 뒤로 밀리기도 했다.
'수입차 대중화'를 내건 폭스바겐의 대표 모델 중 하나인 티구안이 국산차 충성 고객까지 사로잡으며 또 한번 인기몰이할 수 있을 지 주목된다.
신형 티구안의 가격(개별소비세 3.5% 반영 기준)은 2.0 TDI 프리미엄 4천5만7천원, 2.0 TDI 4모션 프리미엄 4천242만원, 2.0 TDI 프레스티지 4천381만원, 2.0 TDI 4모션 프레스티지 4천647만원이다. 2.0 TDI 프리미엄은 폭스바겐 파이낸셜 서비스 프로그램을 이용하면 3천803만원에 구입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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