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국에 백신 나눔 운동 주도 한국교계에 감사…한반도 평화도 기원
(바티칸시국=연합뉴스) 전성훈 특파원 = 프란치스코 교황이 성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1821∼1846) 탄생 200주년 기념일인 21일(현지시간) 한국민과 교우들에 특별한 애정을 담은 축복의 메시지를 보냈다.
교황은 "김대건 안드레아 성인의 탄생 200주년을 기념하는 이 기쁨의 날, 저의 이 메시지가 사랑하는 대한민국의 모든 교우들에게 닿기를 바란다"며 "이 기쁜 기념일은 영웅적 신앙의 모범적 증인"이라고 축복했다.
교황은 이어 "한국 백성들이 박해와 고통을 겪던 시기에도 지칠 줄 모르고 복음을 전하던 사도였던 김대건 안드레아 성인을 보내주신 하느님 아버지를 향해 우리의 기도를 올려드릴 기회가 된다"고 부연했다.
또 그는 "성인께서는 하느님의 사랑이 미움을 이기기에 선이 항상 승리한다는 것을 기쁜 희망으로 드러내 보여주셨다"며 이를 본받아 세례를 받은 모든 이들은 평화와 희망이 일꾼, 형제애의 눈길이 필요한 이들에게 다가갈 준비가 된 일꾼으로서의 사명을 재발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교황은 그러한 맥락에서 한국 교계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고통받는 빈국을 돕고자 전 세계 교계 최초로 시작한 백신 나눔 운동에 대해 다시 한번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백신 나눔 운동은 유흥식 라자로 대주교가 교구장이던 작년 11월 대전교구가 첫발을 뗐고 올 3월 한국천주교주교회의 결정에 따라 한국 전 교구로 확대됐다. 이달 현재 전체 모금액은 500만 달러(약 59억원)가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메시지에는 어김 없이 한반도 평화 정착에 대한 염원도 담겼다.
교황은 작년 10월 발표한 회칙 '모든 형제들'(Fratelli Tutti)에서 '한 국가의 사회적 평화 건설에는 끝이 없다. 이는 모든 이의 노력이 필요한 쉼 없는 과업'이라고 언급한 점을 되새기며 "한반도에서의 화해를 위해 헌신하는 모든 사람들이 앞으로도 계속 평화의 선한 장인(匠人)이 되길 기원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복되신 동정 마리아와 한국 순교자들의 전구를 청하며 마음을 다하며 여러분 한 분 한 분께 특별한 교황 강복을 내린다. 그리고 저를 위해 기도하시는 것을 잊지 말아달라"는 당부로 메시지를 끝맺었다.
교황 메시지는 이날 교황청 성직자성 장관인 유 대주교 주례로 바티칸 성베드로대성전에서 열린 김대건 신부 탄생 200주년 기념 미사에서 낭독됐다. 유 대주교가 직접 대독했다.
다음은 교황 메시지 전문.
로마 한인 공동체 귀중
사랑하는 여러분
김대건 안드레아 성인의 탄생 200주년을 기념하는 이 기쁨의 날, 저의 이 메시지가 사랑하는 대한민국의 모든 교우들에게 닿기를 바랍니다.
이 기쁜 기념일은 영웅적 신앙의 모범적 증인이며, 한국 백성들이 박해와 고통을 겪었던 어려운 시기에도 지칠 줄 모르고 복음을 전하던 사도였던 김대건 안드레아 성인을 보내주신 하느님 아버지를 향해 우리의 기도를 올려드릴 기회가 됩니다.
동료들과 함께 성인께서는 하느님의 사랑이 미움을 이기기 때문에, 선이 항상 승리한다는 것을 기쁜 희망으로 드러내 보여주셨습니다(마르 1,21). 오늘날에도 하느님과 비슷하게 그분의 모습으로 창조된 인간의 아름다운 얼굴을 망가뜨리는 악의 수많은 현현(顯現) 앞에서 세례를 받은 모든 사람들은 자신들이 받은 사명의 중요성을 재발견해야 합니다. 그 사명은 다름 아닌, 세례를 받은 사람은 어디서나 평화와 희망의 일꾼, 착한 사마리아 사람처럼 사랑과 도움 혹은 단순하게 형제애의 눈길 한 번이 필요한 이들의 상처에 몸을 숙여 다가갈 준비가 되어 있는 일꾼으로 살라는 부르심을 받는다는 것입니다.
이와 관련하여, 저는 이 기회를 빌려 가장 가난한 나라들을 위한 코로나19 백신 나눔 운동을 아낌 없는 마음으로 지원해주신 한국 교회 공동체 전체에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그리스도의 몸에서 가장 약한 지체들을 향한 여러분의 섬세한 관심은 우리가 다른 사람들을 섬기도록 격려하는 동시에 가장 작은 이들을 위한 일에 더 크게 헌신하라는 강한 초대가 되기도 합니다. 고맙습니다.
사랑하는 벗들이여, 저는 '모든 형제들'이라는 회칙에서 다음과 같이 말하였습니다. "한 국가의 사회적 평화 건설에는 끝이 없습니다. 오히려 이는 모든 이의 노력이 필요한 쉼 없는 과업입니다"(232항). 저는 모든 분들이 더 밝은 미래를 위한 상호 존중적이고 건설적인 대화를 지속해 나가시기를 격려드리며, 한반도에서의 화해를 위해 최선을 다해 헌신하시고 계신 분들 모두가 새로운 다짐으로 앞으로도 계속하여 평화의 선한 장인(匠人)이 되시길 기원합니다.
복되신 동정 마리아와 한국 순교자들의 전구를 청하며, 마음을 다하여 여러분 한 분 한 분께 특별한 교황 강복을 내립니다. 그리고 저를 위해 기도하시는 것을 잊지 말아주십시오.
프란치스코
로마 라테라노 성 요한 대성전에서, 2021년 8월 21일
lucho@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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