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자히드 대변인 "조만간 결과 발표"…"아프간인 존중하지 않은 '게임'" 비판도
"2인자 바라다르가 2주 내 발표할 것" 관측도 나와
인권보호·포용 선언했지만 '안 변한다' 의심
(하노이·서울=연합뉴스) 김범수 특파원 신유리 기자 = 아프가니스탄을 점령한 이슬람 무장조직 탈레반이 새 정부 구성을 위한 논의에 착수했다.
23일 현지 언론인 톨로뉴스에 따르면 탈레반 대변인 자비훌라 무자히드는 아프간 정치 지도자들과 새 정부 구성을 논의중이며 조만간 결과를 발표할 것이라고 전날 밝혔다.
그는 "카불에서 회동했으며 논의가 진척되고 있다"면서 "새 정부 출범을 곧 선언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탈레반 지도부는 지난 21일 카불에서 하미드 카르자이 전 대통령과 압둘라 압둘라 아프간 국가화해최고위원회(HCNR) 의장 등 아프간 정치 지도자들과 만나 포괄적인 정부 구성 등 정치 현안을 논의했다.
이와 관련, 일부 아프간 정치 지도자들은 탈레반이 주도하는 새 정부 구성 논의 방식에 문제가 있다고 비판했다.
'아프간 민족연대' 지도자인 사예드 이스하크 갈리아니는 "아프간인들을 존중하지 않은 개인들을 위한 '게임'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아타 모함마드 누르 전 발흐주 주지사는 새 정부가 포괄적이지 않으면 받아들일 수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전쟁은 끝나지 않았으며 아직 갈 길이 멀다"면서 "새 정부가 포괄적이지 않으면 다시 전쟁이 일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러시아 스푸트니크 통신도 탈레반 지도자들이 아프간 관료들과 차기 정부 구성을 위한 고위급 논의에 곧 착수할 것으로 보인다고 2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 통신은 아프간 매체 카마프레스를 인용해 이 논의가 수도 카불에서 열리며, 탈레반 지도부와 시 관료 및 정치인이 참석한다고 전했다.
탈레반 2인자인 압둘 가니 바라다르가 향후 2주 안에 차기 정부 체제와 관련한 결정을 발표할 것이라고 탈레반 측 관계자는 통신에 말했다.
바라다르는 탈레반 실질적 지도자로 꼽히며, 이전까지 카타르에서 탈레반 대표단을 이끌고 아프간 정부를 상대로 평화협상을 해오다 아프간 본토가 탈레반에 넘어가자 지난 21일 카불에 입성했다.
카마프레스는 "카타르 도하에 있던 탈레반 정치 지도부가 지금은 전원 카불에 입성했다"면서 "여러 상대와 차기정부 체제를 분주하게 협상 중"이라고 전했다.
앞서 탈레반은 지난 5월 미군의 본격적인 철군을 틈타 공세를 강화한 끝에 이달 15일 카불까지 점령하면서 20년 만에 아프간을 재장악했다.
잔혹 통치로 악명 높은 탈레반은 이번엔 인권 존중, 포용적 정부 구성을 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탈레반은 자신들에게 반대하는 시위대를 무력 진압하고 피란민의 유일한 탈출구인 카불 공항을 통제해 사상자를 내는 등 벌써 유혈사태를 빚어 구태를 반복할 것이라는 의심을 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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