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불공항 '제3세력' 테러 우려…존재감 찾으려는 IS 위험하다(종합)

입력 2021-08-23 14:48   수정 2021-08-23 17:17

카불공항 '제3세력' 테러 우려…존재감 찾으려는 IS 위험하다(종합)
미 의회조사국, 아프간 암약해온 테러단체들 평가
"탈레반, 알카에다와 긴밀한 연대…IS는 소외되는 추세"
미 국가안보보좌관 "공항테러 위협 실재…IS 위협 심각"



(서울=연합뉴스) 김용래 기자 = 탈레반이 아프가니스탄을 장악한 뒤 외국으로의 유일한 탈출구인 카불 국제공항에 대혼란이 지속되고 있다.
탈레반은 탈출을 막지 않겠다는 게 공식 입장이지만 서방 국가들에서는 탈레반이 아닌 다른 극단주의 세력이 카불공항에서 존재감 과시를 위해 테러를 자행할 수 있다는 우려가 팽배하다.
실제 아프간 내부에는 테러를 저지를 수 있는 집단들이 다수 활동하고 있는데, 큰 줄기는 알카에다와 이슬람국가(IS)로 나뉜다.
탈레반은 알카에다와 거리를 두는 것처럼 행동해왔지만 실제로는 물밑에서 매우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으며, IS 조직들은 탈레반과의 갈등이 심각해 이미 결별했다는 것이 미국의 관계당국들의 판단이다.
미 의회조사국(CRS)은 지난 20일(현지시간) 내놓은 보고서에서 알카에다는 여전히 아프간에서 암약하고 있으며 수십 년에 걸친 탈레반과 알카에다의 관계가 최근 몇 년간 강력히 유지된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탈레반은 작년 2월 미국과 맺은 평화협정에서 알카에다를 포함한 어떤 테러 단체도 아프간 영토를 이용해 미국과 그 동맹국의 안보를 위협하는 것을 허용하지 않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이후 탈레반은 알카에다와 관계를 절연한 것처럼 행동해왔다.
실제로 탈레반은 올해 2월에는 외국인을 대열에 합류시키거나 은신처를 제공하는 것을 금지하는 명령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탈레반은 아프간에 "외국인 전사"는 없다고 줄기차게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탈레반이 알카에다를 배척하는 것은 일종의 연막전술이라는 것이 국방부 등 미 당국의 판단이다.
미 국방부는 지난 4월 발표한 보고서에서 "탈레반은 알카에다 관련 조직과 호혜적 관계를 유지해 왔으며 이런 조직들에 대해 실질적 조처를 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한 CRS에 따르면 아프간 정부군은 작년 10월 알카에다의 고위급 조직원을 아프간의 가즈니 지방에서 제거했는데 이 조직원은 이곳에서 탈레반과 함께 숙식하며 활동해온 것으로 알려지기도 했다.
알카에다와 탈레반의 관계는 공동의 적인 미국과 아프간 정부군을 상대로 한 전투와 조직원 간의 혼인 등 사적으로 맺어진 유대 등으로 꾸준히 긴밀해져 왔다는 것이 미국의 판단이다.
CRS에 따르면 미 국방부 감찰실은 작년 4분기 보고서에서 탈레반이 알카에다와 관계를 유지하고 있으며 일부 알카에다 조직원이 탈레반 군대와 지휘부에 통합되어 있다는 국방정보국(DIA)의 평가를 전하기도 했다.

지난 5월 유엔 제재감시위원회도 알카에다가 탈레반의 외교적 입지를 위태롭게 하지 않으려고 탈레반 지도자와 노골적인 소통은 최소화했다고 보고한 바 있다.
미국평화연구소(UIP)의 아스판디아 미르 연구위원은 탈레반의 일부가 알카에다와의 협력관계에 반대하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두 조직이 이념적으로 긴밀히 묶여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지난 10일 미 육사(웨스트포인트) 현대전연구소에서 발표한 논문에서 탈레반이 알카에다처럼 초국가적 목표를 갖고 있지는 않지만 "알카에다는 아프간 탈레반을 세계 지하드 관리에 있어 중요한 파트너로 보고 있다"면서 두 조직이 긴밀히 연결돼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탈레반은 자신들이 알카에다와 연결돼 있지 않다고 거듭 주장하고 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탈레반 정치국 대변인 모하메드 나엠은 22일(현지시간) 사우디아라비아의 알아다트 TV와의 인터뷰에서 "알카에다는 아프간에 있지 않으며 탈레반은 알카에다와 어떤 관계도 없다"고 주장했다.
알카에다와 반대로 탈레반은 또 다른 수니파 극단주의 조직인 이슬람국가(IS) 가맹 조직들과는 심각한 갈등 관계에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CRS는 보고서에서 이슬람국가아프간분파(ISKP)는 탈레반에 반대하고 있으며, 두 조직이 종종 충돌하고 있다고 전했다.
IS는 탈레반의 민족주의적 정치 프로젝트를 전 세계적인 이슬람 신정일치 국가 건설을 위한 자신들의 비전과 반대되는 것으로 배격한다는 것이다.
아울러 IS와 탈레반 모두 이슬람 수니파 계열이지만 IS는 시아파를 배교자로 삼아 처단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그간 탈레반과 대립해왔다.
CRS는 탈레반의 아프간 장악은 ISKP의 난관을 뜻한다면서 "탈레반은 카불의 교도소를 점령한 뒤 투옥된 전 ISKP 지도자를 처형한 것으로 알려졌다"고 전했다.
탈레반이 카불 점령 후 투옥된 알카에다 조직원들을 상당수 석방한 것과 대조된다.
탈레반의 집권 후 여러 타협적 조치들이 나오게 되면 이에 반대하는 조직 내 강경파들이 IS로 이탈할 수 있다는 것이 CRS의 판단이다.
CRS는 특히 "미국이 전에 ISKP에 대한 탈레반의 공격을 지원했다"면서 "이는 잠재적으로 향후 미국과 탈레반이 드물게 협력할 수 있는 영역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 안보당국에서는 소외받고 있는 IS의 테러 위협이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라는 진단이 나온다.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아프간 탈출 작전이 벌어지는 수도 카불 공항에 대한 테러 조직의 위협은 실재하며 미국은 이를 매우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고 밝혔다.
설리번 보좌관은 22일(현지시간) CNN의 '스테이트 오브 더 유니언'에 출연해 "아프간에서 대피하려는 미국인과 아프간인에 대한 이슬람국가(IS)의 위협은 실재하고, 심각하고도 지속적"이라며 모든 미군 장비를 동원해 테러 차단에 최우선 순위를 두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뉴욕타임스는 IS가 미국과 동맹들의 군대가 철군하는 과정에서 세간의 이목을 끌기 위해 공격을 감행할 수도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IS는 세계적인 주목 효과가 뚜렷한 대형 테러를 통해 선전 효과를 극대화해 자본력과 조직기반을 다질 절호의 기회로 본다는 것이다.
미국의 안보컨설팅기업 수판그룹의 분석가 콜린 클라크는 뉴욕타임스에 "ISIS-K(ISKP의 다른 약칭)가 혼란을 틈타 미군을 죽일 기회를 노리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ISIS-K와 탈레반이 서로 적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ISIS-K에게는 (탈레반의 집권 상황이) 도전이 될 것"이라면서도 "탈레반은 이제 정부를 꾸리는데 상당한 자금과 시간을 들여 여력이 없다"고 말했다.
탈레반이 아프간 통치에 골몰하는 틈새를 노려 쇠퇴하던 IS가 아프간에서 철군하는 서방 군대와 아프간 난민들을 공격하는 등의 방식으로 다시 세 확장을 노릴 수 있다는 분석이다.
유엔에 따르면 IS는 아프간에서 세력이 많이 축소되기는 했어도 쿠나르와 낭가하르 지방을 중심으로 1천500~2천200명 가량의 조직원이 암약하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yongla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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