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벨라루스, 총 들이대며 중동·아프리카 이민자 EU로 밀어넣어"

입력 2021-08-23 15:40  

"벨라루스, 총 들이대며 중동·아프리카 이민자 EU로 밀어넣어"
리투아니아 "벨라루스 병력이 이민자 밀어내다가 영토까지 침입"
트럭으로 국경까지 실어나르기도…EU 제재 맞서 '무기화' 비판


(서울=연합뉴스) 이재영 기자 = 벨라루스가 중동이나 아프리카에서 건너온 이민자를 무력을 사용해 유럽연합(EU) 회원국으로 밀어내고 있다고 영국 더타임스와 BBC방송 등이 2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알렉산드로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이 EU 제재에 맞서는 '무기'로 이민자를 사용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벨라루스에 있는 이민자들이 폴란드와 리투아니아, 라트비아 등으로 불법 월경하는 사례는 벨라루스 당국이 여객기를 강제로 착륙시킨 뒤 탑승해있던 야권 인사를 체포했다가 지난 6월 EU가 추가 제재를 단행한 뒤 급증했다.
지난 18일 폴란드 내무부는 벨라루스에서 불법으로 국경을 넘어오려고 시도하다가 적발된 이민자가 이달에만 2천100명이라고 밝혔다.
이들 가운데 1천342명은 폴란드 당국에 가로막혀 아예 국경을 못 넘었고 758명은 구금됐다.
폴란드 국경경비대가 지난해 한 해 벨라루스와 국경에서 붙잡아 가둔 불법 월경자가 122명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올해 매우 늘었다.
벨라루스와 폴란드 국경은 420㎞에 달하고 숲이거나 습지대여서 완벽한 경비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벨라루스와 리투아니아 국경을 불법으로 넘은 이민자는 올해 들어서 4천124명으로 작년 전체의 50배가 넘었다.
벨라루스-리투아니아 국경 불법 월경은 지난달 집중적으로 이뤄졌다고 리투아니아 당국은 설명했다.

벨라루스가 무력으로 이민자를 밀어낸다는 증언이 잇따라 나오고 있다.
리투아니아 당국은 지난 17일 방패와 시위진압 장비로 무장한 벨라루스 병력이 이민자들을 자신들 쪽으로 밀어내다가 영토로 침입까지 했다고 주장하면서 영상을 공개했다.
벨라루스 측은 병력이 국경을 넘지 않았으며 리투아니아 측이 이민자들의 난민 신청을 무시한 채 폭력을 행사했다고 주장했다.
더타임스는 벨라루스 당국이 이민자들을 트럭에 태워 국경지대로 옮겨놓거나 널빤지 하나만 준 뒤 폴란드와 국경인 강을 건너도록 했다고 보도했다.
또 공중에 사격을 가하거나 때려서 이민자를 위협했다고도 전했다.
국제소수자권리그룹(MRG) 소속 안나 알보스는 더타임스에 "(폴란드로 월경했다가 구금된) 이민자들이 말하길 (벨라루스) 병력이 항상 큰 총을 가지고 다녀 저항할 수 없었다고 한다"라고 전했다.
EU 27개 회원국 내무장관들은 18일 성명을 내고 벨라루스가 정치적 목적을 가지고 인간을 도구화한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벨라루스가 이웃 국가로 이민자를 밀어내는 행위는 "EU를 압박하고 EU의 안정을 해치려는 목적의 직접적인 공격에 해당하며 받아들일 수 없다"라고 밝혔다.
jylee24@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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