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 '카불 구출 작전' 속도…"탈레반, 아프간통치 12인회 결성"(종합2보)

입력 2021-08-24 20:59   수정 2021-08-25 16:35

미군 '카불 구출 작전' 속도…"탈레반, 아프간통치 12인회 결성"(종합2보)
CIA국장·탈레반 지도자 비밀회담…12인회엔 테러범부터 전 대통령 포함
탈레반, 저항군과 결전 임박…재무장관 임명 등 새 정부 구성 작업도



(뉴델리·서울=연합뉴스) 김영현 특파원 김경희 기자 = 이슬람 무장조직 탈레반이 장악한 아프가니스탄에서 철군 시한에 쫓기는 미군이 민간인 이송에 속도를 내고 있다.
저항군과 결전을 앞둔 탈레반은 동시에 정부 핵심 보직 인사를 진행하면서 고위 의사 결정 기구의 틀을 구성하는 등 새 정부 구성 작업에 박차를 가하는 분위기다.
23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존 커비 미 국방부 대변인은 아프가니스탄 현지에서 공항 접근이 봉쇄된 350여명의 미국인들을 수송하기 위해 헬기와 특수부대를 카불에 급파했다고 밝혔다.
이는 미군의 통제 범위를 카불 공항으로 한정, 대피를 위해서는 공항에 자력으로 도착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혀온 국방부 방침에 변화가 발생한 것이라고 NYT는 지적했다.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은 자신이 정한 철군 시한인 31일 이후에도 미군이 주둔할 가능성을 열어놓긴 했지만, 탈레반은 이에 강력히 반발하는 상황이다.
이와 관련해 윌리엄 번스 미국 중앙정보부(CIA) 국장이 전날 카불에서 탈레반 실질적 지도자로 평가되는 압둘 가니 바라다르와 비밀회담을 했다는 보도도 나왔다.
워싱턴포스트(WP)는 이번 회담에서 미국인과 미국에 협력한 아프간인들을 대피시키는 시한을 이달 31일 이후로 연장하는 방안이 논의됐을 것으로 추측했다.

탈레반은 새 정부 구성 작업도 이어갔다.
로이터통신은 아프간 파지호크 통신을 인용해 탈레반이 이날 재무부 장관과 내무부 장관 대행에 굴 아그하, 사드르 이브라힘을 각각 임명했다고 밝혔다.
정보국장에는 나지불라가 낙점됐고, 카불 주지사와 카불 시장으로는 물라 시린, 함둘라 노마니가 각각 임명됐다.
탈레반은 22일에는 하지 모하마드 이드리스를 중앙은행 총재 권한 대행으로 임명한 바 있다.
탈레반 지도부가 이른바 '12인 위원회'를 통해 정부를 꾸릴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미국의 외교전문 매체 포린폴리시는 전날 이같은 내용과 함께 위원회에서 가장 강력한 인사 3명은 바라다르, 물라 무함마드 야쿠브, 칼릴 하카니로 모두 범죄자나 테러리스트로 통한다고 보도했다.
탈레반 군사작전을 총괄하는 야쿠브는 탈레반 창설자 물라 무하마드 오마르의 아들이며, 하카니는 탈레반 연계조직인 하카니 네트워크의 고위 인사다.
러시아 스푸트니크통신도 관계자를 인용해 위원회 12명 가운데 7명에 대해서는 이미 합의가 이뤄졌다고 보도했다.
스푸트니크통신이 공개한 명단에는 바라다르, 야쿠브, 하카니 외에 하미드 카르자이 전 대통령, 압둘라 압둘라 아프간 국가화해최고위원회(HCNR) 의장, 내무부·외무부 장관 등을 역임한 하니프 아트마르, 굴부딘 헤크마티아르 전 총리 등이 올랐다.
이 내용이 사실이라면 고위 의사 결정 기구 역할을 하게 될 12인회에 탈레반 인사 외에 아프간 정부 측 관료도 여러 명 포함되는 셈이다.
탈레반은 지난 15일 아프간 수도 카불을 장악해 20년 만에 재집권한 뒤 사면령을 포함한 유화적 메시지를 발표하고 새 정부도 포괄적으로 꾸리겠다고 강조했다.

반탈레반 저항세력은 외세와 맞서 싸운 역사적 항전지이자 마지막 거점인 판지시르 계곡에 집결해 탈레반 포위 속에 결전을 준비하고 있다.
이 세력을 이끄는 이는 아프간 '국부'(國父)로 불리는 아흐마드 샤 마수드의 아들인 아흐마드 마수드다.
마수드가 이끄는 아프간 민족저항전선(NRF)은 탈레반의 공세에도 이미 병력 수천 명을 확보했다면서 탈레반과 싸울 준비가 됐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자비훌라 무자히드 탈레반 대변인은 트위터를 통해 "바글란주에 속한 반누, 풀에헤사르, 데살라 지역 무장 세력을 무력화했다"고 밝혔다.
이들 지역은 정부군과 지역 민병대의 진지가 구축된 곳이었다.
이런 가운데 아프간 국내 경제는 공황 상태로 치달으며 붕괴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아프간 정부가 지난 15일 탈레반에 의해 무너진 뒤 은행과 환전소는 문을 닫았고 실업은 급증했다.
생필품 가격도 급등했다. 밀가루, 식용유 등의 가격은 최대 50% 올랐다.

cool@yna.co.kr
kyunghe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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