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라노사우루스, 새끼 입으로 물어 옮길만큼 턱 신경 섬세

입력 2021-08-24 16:08  

티라노사우루스, 새끼 입으로 물어 옮길만큼 턱 신경 섬세
악어·오리 수준…"닥치는 대로 물어뜯는다는 인상 바꿔놓는 것"



(서울=연합뉴스) 엄남석 기자 = 강력한 턱으로 닥치는 대로 물어뜯는 포악한 공룡으로 묘사돼온 '티라노사우루스 렉스'가 사실은 다른 어떤 공룡보다도 섬세한 턱 신경을 갖고 있었다는 새로운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일본 후쿠이대학교 공룡연구소의 가와베 소이치로 박사가 이끄는 연구팀은 T.렉스의 아래턱뼈 화석 내 혈관 및 신경관 구조를 연구한 결과를 고생물학 국제학술지인 '역사생물학'( Historical Biology)에 발표했다.
공룡 화석의 아래턱 신경과 혈관 구조를 분석한 연구는 있었지만 T.렉스를 대상으로 한 분석은 이번이 처음이다.
발행사인 '테일러 앤드 프랜시스'(Taylor & Francis)에 따르면 연구팀은 미국 몬태나주 헬 크리크 지층에서 발굴된 T.렉스의 하악골 화석을 컴퓨터단층촬영(CT)으로 분석해 혈관과 신경이 지나간 관(管)을 재구성해 초식공룡인 '트리케라톱스'와 같은 다른 공룡과 비교했다.
또 현존 악어나 오리처럼 주둥이 촉각으로 먹이를 찾는 조류와도 비교했다.
그 결과, T.렉스의 하악골 신경이 지금까지 연구된 다른 어떤 공룡보다도 복잡하게 퍼져있고, 현존 악어나 촉각 이용 조류에도 필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와베 박사는 "연구 결과는 T.렉스의 하악골, 특히 앞부분에 혈관과 신경 관이 복잡하게 발달해 있다는 점을 보여주고 있으며, 상악골에도 비슷하게 복잡한 혈관과 신경 관 구조가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했다.



그는 "이런 점은 T.렉스가 약간의 움직임이나 재질의 차이를 알아챌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며, 먹는 부위를 알고 상황에 따라 다르게 씹어 먹었을 수 있다는 점을 나타내는 것"이라면서 "이는 뼈를 포함해 무엇이든 물어뜯어 입 주변의 감각이 무딜 것이라는 인상을 완전히 바꿔놓는 것"이라고 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티라노사우루스과(科) 공룡 '다스플레토사우루스'의 두개골 표면이나 알로사우루스과 네오베나토르의 상악골 내 혈관 및 신경관 형태 분석에서 나타난 것과 맥락을 같이하는 것으로 지적됐다.
논문 공동저자인 공룡연구소의 조교수 하토리 소키 박사는 "티라노사우루스과 공룡의 하악골 신경은 둥지를 짓거나 새끼를 돌보고 종내 의사소통을 하는 등의 섬세한 행동을 하는 데도 활용되었다는 점을 시사한다"고 덧붙였다.
현대 악어가 주둥이 주변의 예민한 신경으로 물속에서 먹이의 움직임을 감지할 뿐만 아니라 강력한 턱으로 새끼를 다치지 않게 물어 옮길 수도 있는데, T.렉스도 비슷했던 것으로 추정된다는 것이다.
가와베 박사팀은 이번 연구가 T.렉스나 비교에 활용된 다른 공룡의 아래턱을 전면 분석한 것이 아니라는 한계를 갖고있다고 인정했지만, 연구되지 않은 부분이 크지 않은 만큼 도출된 결과는 "합리적인 추정"이라고 했다.
eomns@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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