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셧다운제, 10년만에 '셧다운'…모바일 대세에 실효성 퇴색

입력 2021-08-25 10:00   수정 2021-08-25 11:54

게임 셧다운제, 10년만에 '셧다운'…모바일 대세에 실효성 퇴색
게임 주무대 모바일로 이동·PC에선 대화 서비스 우세…게임시간 선택제만 유지



(서울=연합뉴스) 김준억 오예진 기자 = 밤 12시부터 오전 6시 사이 16세 미만 청소년의 온라인 게임 접속을 막는 게임 셧다운제가 10년 만에 폐지 수순을 밟게 되면서 그 배경에도 관심이 쏠린다.
업계 안팎에서는 PC 사용 환경을 염두에 두고 설계된 이 제도가 모바일 중심의 변화된 게임 환경에는 실효성을 지니기 어렵게 된 점을 주된 폐기 원인으로 꼽는다.
25일 여성가족부와 문화체육관광부에 따르면 정부는 2011년 11월 청소년 수면권을 보호하고 게임 과몰입에 따른 부작용을 방지하고자 게임 셧다운제를 도입했다.
만 16세 미만 청소년과 아동은 밤 12시부터 다음날 오전 6시까지 컴퓨터(PC)를 이용한 인터넷 게임을 이용할 수 없도록 하는 것이 골자다.
도입 당시에는 인터넷 게임 사용자의 주된 이용 경로가 PC였기 때문에 셧다운제는 인터넷에 접속하는 PC 기반의 게임만을 규제 대상으로 설정했다.
10년이 흐른 현재 인터넷 게임 시장에서 우세를 점령한 것은 모바일이다.

2020년도 대한민국 게임백서 나타난 청소년 345명의 게임 이용 통로를 보면 모바일 게임이 90.1%(중복응답)를 차지하며 PC게임(64.3%) 이용률을 1.4배로 웃돌고 있다.
청소년들이 셧다운제 제약과 공간 제약을 받는 PC게임 대신 언제 어디서든 자유롭게 접속할 수 있는 모바일 게임을 주로 이용하게 되면서 PC에만 적용되는 셧다운제는 사실상 규제력을 잃은 셈이다.
반면 모바일 게임에는 청소년 이용 규제나 청소년 과몰입을 방지할 정부 조치가 제대로 마련돼 있지 않다. 이 때문에 일부 학부모들은 돈을 주고 민간 업체의 게임 시간 제한용 프로그램을 구매해서 사용하고 있다. 정작 정부의 관리가 필요한 모바일 게임 분야는 민간의 손에 맡겨진 셈이다.
여기에 최근 온라인 메신저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을 통한 디지털 범죄가 급증하며 게임 업계와 이용자들 사이에서는 '과연 게임만을 규제하는 것이 적절한가'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지난해 기준 청소년 9천193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인터넷 서비스 이용 조사에서도 게임(59.2%·중복응답)보다는 대화하기(100%), 사진·동영상(82.8%), 음성·영상통화(68.6%)에 이용도가 집중된 것으로 나타났다. 청소년 유해 매체로 인식되는 콘텐츠가 더는 게임에 국한되지 않는 다는 의미다.
주요 게임 이용층인 청소년들은 셧다운제가 이처럼 현실과 맞지 않을 뿐 아니라 자기 결정권과 문화권 침해 소지를 안고 있다는 주장도 펼친다.
최근에는 국내 초등학생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어 '초통령 게임'이라고도 불리는 마인크래프트를 서비스하는 마이크로소프트가 셧다운제를 이유로 만 19세 이상만 이 게임의 자바 에디션을 구매할 수 있도록 하자 셧다운제 폐지를 요구하는 청와대 국민청원이 잇따르며 폐지 논의에 더욱 불을 붙였다.
정부는 결국 셧다운제를 폐지하고 현행 '게임시간 선택제'만을 유지하기로 했다.
아울러 당초 셧다운제 도입의 주요 목적이었던 청소년의 게임 과몰입을 방지하고자 청소년을 대상으로 자기조절능력 향상 교육을 확대하고 게임 과몰입 청소년을 상대로 한 상담·치유 지원을 강화할 계획이다.



ohyes@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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