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추행 스캔들 쿠오모 남은 임기 맡아…코로나19 대응 등 과제
(뉴욕=연합뉴스) 강건택 특파원 = 캐시 호컬(62) 미국 뉴욕주지사가 24일(현지시간) 공식 취임해 뉴욕주 사상 첫 여성 주지사가 됐다.
성추행 파문으로 중도 사퇴한 앤드루 쿠오모 전 주지사의 임기를 이어받은 그는 자정을 갓 넘긴 시간에 재닛 디피오레 뉴욕주 대법원장 앞에서 취임 선서를 했다.
호컬 주지사는 취임 선서 직후 지역방송과 인터뷰에서 "내 어깨 위에 놓인 책임감의 무게가 느껴진다"며 "이 임무를 기꺼이 할 준비가 됐다고 뉴요커들에게 말하고 싶다"고 밝혔다.
그는 "어머니를 포함해 나보다 먼저 살다 간 모든 여성에 대해 생각했다"면서 "그들이 내게 횃불을 넘겨준 것 같다"고 말했다.
공식 업무를 시작한 호컬 주지사는 전임자의 성추행 스캔들로 땅에 떨어진 주정부에 대한 대중의 신뢰를 회복하는 일이 급선무라고 밝혔다.
AP·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호컬 주지사는 "사람들이 (뉴욕주)정부를 다시 믿게 되기를 바란다. 사람들의 신뢰를 얻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강조했다.
쿠오모 전 주지사와 사사건건 대립했던 빌 더블라지오 뉴욕시장 등 지방자치단체장들과 "전적으로 협력할 것"이라며 긴밀한 관계 유지를 약속했다.
호컬 주지사의 취임으로 현재 미국에서 주정부를 이끄는 여성은 모두 9명이 됐다고 AP통신이 보도했다. 이는 2004년, 2007년, 2019년에 이어 최다 여성 주지사 타이기록이다.
내년 12월까지 뉴욕주를 이끌 호컬 주지사의 최대 과제는 성추행 스캔들로 어수선한 주정부를 정상화하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을 지휘하는 일이다. 이러한 업적을 발판삼아 내년 주지사 선거에서 승리해 재선을 달성하겠다는 각오다.
호컬 주지사가 이날 오후 첫 기자회견에서 "누구도 작년의 코로나19 공포로 되돌아가기를 원하지 않는다.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선제적 조치를 할 것"이라며 학교 내 마스크 착용 의무화를 선언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이와 함께 교직원들에게는 백신을 접종하거나 매주 코로나19 검사를 받을 것을 명령했다.
그는 전날 미 식품의약국(FDA)이 화이자-바이오엔테크 백신을 정식 승인한 것을 언급하면서 "뉴요커들은 새로운 백신 의무화 정책을 기대해도 좋다"라고 예고했다.
호컬 주지사는 뉴욕주 상·하원의장들과 만나 세입자 퇴거 방지 등을 위한 코로나19 관련 예산을 논의했다.
뉴욕주를 이끄는 세 명의 지도자가 모이는 자리에서 2명 이상이 여성으로 채워진 것은 처음이라고 AP가 전했다. 호컬 주지사 외에 앤드리아 스튜어트-커즌스 주 상원의장도 여성이다.
뉴욕주 서쪽 버펄로 출신인 호컬 주지사는 시러큐스대를 졸업하고 워싱턴DC 가톨릭대에서 법학박사 학위를 받은 뒤 2011년 크리스토퍼 리(공화·뉴욕) 연방하원의원의 온라인 불륜 스캔들로 치러진 보궐선거에서 승리해 중앙 정가에 진출했다.
하원의원 재선에 실패한 호컬은 2014년 쿠오모 전 주지사의 러닝메이트로 발탁돼 두 차례 부지사를 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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