푹 국가주석에 "과도한 남중국해 영유권 주장과 위협에 맞서야"
백신 추가 제공키로…"아프간 상황과 베트남전 맞물리게 해" 지적도
(하노이·베이징=연합뉴스) 김범수 김윤구 특파원 = 동남아시아를 순방 중인 카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이 싱가포르에 이어 베트남에서도 중국을 강하게 비난했다.
해리스 부통령은 25일(현지시간) 응우옌 쑤언 푹 베트남 국가주석과 만나 양국이 남중국해에서 중국의 위협에 공동으로 대처하자고 제안했다고 AP통신 등 외신이 보도했다.
해리스 부통령은 푹 주석과 만난 자리에서 "우리는 중국이 유엔해양법협약을 준수하도록 압력을 가하는 한편 과도한 영유권 주장과 위협에 대처할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베트남이 남중국해에서 안보상 이익을 지킬 수 있도록 미국은 추가로 해안경비정을 지원하겠다고 덧붙였다.
이에 중국은 미국이 오히려 남중국해의 평화와 안정을 해친다고 맞받아쳤다.
왕원빈(汪文斌)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중국은 미국이 남중국해 해역에서 법 집행 능력을 갖추고 지역 문제에 개입하며 지역 평화와 안정을 교란하는 데 단호히 반대한다"고 말했다.
왕 대변인은 "미국은 지금까지 유엔 해양법협약 가입을 거부하면서도 도리어 협약을 지켜야 한다고 주장한다. 또 아프가니스탄, 이라크, 시리아에 군사 개입을 하면서 소국의 이익을 수호한다고 말한다"면서 "미국이 자신의 패권 지위와 이익을 수호하기 위해서라고 한다면 믿을 수 있을 것"이라고 비아냥거렸다.
한편 해리스 부통령은 미국과 베트남 양국의 관계를 포괄적 파트너십에서 전략적 파트너십으로 확대하자고 제안했다.
이와 함께 해리스 부통령은 질병통제예방센터(CDC) 아시아 사무소를 개설하겠다면서 지역 내 국가들과 글로벌 보건 위기 대응을 위한 연구와 교육에 협력하겠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푹 주석에 이어 팜 민 찐 총리를 만나 100만 회분의 백신을 추가로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베트남은 현재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델타 변이 확진자가 급증하면서 최대 도시 호찌민시가 전면 봉쇄되는 등 극심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
미국 부통령이 베트남을 방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해리스 부통령은 미중 갈등이 격해지는 상황에서 인도·태평양지역 국가들과 협력을 강화하기 위해 싱가포르와 베트남 순방에 나섰다.
그는 전날에도 싱가포르에서 외교정책 연설을 통해 중국이 남중국해에서 불법적 영유권을 주장한다며 '강압', '위협'이라는 단어를 쓰면 강도 높게 비판했다.
해리스 부통령의 이번 베트남 방문과 관련, 최근 이슬람 무장조직인 탈레반이 장악한 아프가니스탄과 지난 1975년 베트남 전쟁 당시의 상황을 맞물리게 한다는 AP통신의 지적도 나왔다.
빌 해거티(공화당) 미 상원의원은 "미국인들은 TV를 통해 지켜본 아프간 수도 카불이 함락되는 장면과 베트남전 당시 사이공의 미국 대사관 지붕에서 미국인들이 구조되는 장면을 연결 지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bumso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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