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브란스병원 이재근 교수 "환자와 가족도 포기하고 싶은 순간에도 희망 있어"
(서울=연합뉴스) 김잔디 기자 = 연명치료 중단까지 권고받았던 말기 간경변 환자가 뇌사자의 간을 이식받아 새 삶을 얻었다.
연세대학교 세브란스병원 장기이식센터 이재근 이식외과 교수는 말기 간경변으로 간성 혼수 등 심각한 합병증을 앓았던 환자 김민철(가명) 씨가 올해 3월 뇌사자로부터 간 이식을 받고 5개월간의 치료를 거쳐 무사히 퇴원했다고 26일 밝혔다.
김 씨는 8년 전 간경변으로 처음 간 인식을 권유받고, 김 씨의 아들이 아버지에 간을 이식하고자 검사를 받기도 했으나 성사되지 못했다.
이후 약물 치료만 받던 김 씨는 1년 뒤 간암 초기로 진단됐다. 고주파 치료를 받았으나 간 기능은 회복되지 못해 복수가 차고 간 기능 저하로 의식을 상실하는 '간성 혼수'가 나타났다.
올해 3월에는 간성 혼수와 복수가 심해지고 신장 기능까지 떨어졌고 복막염, 폐렴, 패혈증 쇼크가 오면서 상황이 크게 악화했다. 김 씨가 입원했던 경기도의 한 종합병원에서는 소생 가능성이 작다고 판단해 연명치료 중단을 권고했다.
같은 달 18일 김 씨는 세브란스병원 중환자실로 전원 됐다. 당시 그는 기관 삽관, 인공호흡기, 지속적인 신장 투석에 승압제까지 투여받고 있었다. 간이식 대기자 응급도 평가(MELD)에서는 40점으로 최고 응급 단계에 속했다.
최고 응급 단계로 판정된 데 따라 세브란스병원 전원 다음 날인 19일 바로 뇌사자로부터 간을 이식받을 수 있었다.
수술 후 간과 신장 기능이 회복되고 인공호흡기도 제거했으나 오랜 투병 생활로 인해 전신의 상태가 악화하고 호흡기 근육이 약해진 탓에 다시 기관 삽관과 인공호흡기 치료, 기관절개술 등을 받아야만 했다.
주치의를 맡은 이 교수는 오랜 투병으로 전신이 쇠약해진 김 씨가 먹고, 걸을 수 있게 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판단해 '장기전'을 각오했다. 이때 김씨에게 폐렴과 패혈증이 다시 진행되면서 중환자실에서 한 달을 지내는 등 또다시 생사를 넘나들었다.
이후 김 씨는 음식을 제대로 섭취할 수 있는 치료와 척추관 협착증을 해소하기 위한 신경차단술을 받았다. 결국 몇 개월 동안 제대로 먹지도 걷지도 못했던 김 씨가 걷기 시작했고, 지난 24일 가족과 함께 걸어서 퇴원할 수 있었다.
김 씨의 가족은 "더는 가능성이 없다고 연명치료중단서를 작성하자고 할 때 너무 앞이 깜깜했다"며 "간이식을 받은 뒤 투석도 안 하고, 입으로 음식도 먹고 걸어서 퇴원할 수 있어서 너무 감사하다"고 소회를 밝혔다.
이 교수는 "환자와 가족이 포기하고픈 순간 아직 희망은 남아있다"며 "포기하지 않으면 분명히 좋아질 수 있는 환자도 있다"고 전했다.
jand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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