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 송현동 부지 매각 속도…코로나 위기 속 유동성 확보

입력 2021-08-26 15:31   수정 2021-08-26 15:33

대한항공 송현동 부지 매각 속도…코로나 위기 속 유동성 확보
이르면 다음달 송현동 가격평가 개시…연말 안에 매각 마무리


(서울=연합뉴스) 최평천 기자 = 서울시가 종로구 송현동 대한항공[003490] 부지와 맞교환할 토지를 강남구 삼성동 옛 서울의료원 남측 부지로 정하면서 송현동 매각에도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항공업계 불황 속 자본 확충에 나선 대한항공이 연말 안으로 송현동 매각 대금까지 확보하면 숨통을 틔울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과 서울시는 이르면 다음달 송현동 부지 가격 책정을 위한 감정평가를 각각 시행할 계획이다.
대한항공과 서울시는 각각 감정평가법인 2곳씩 4개 법인을 선정했고, 최종 가격은 4개 법인의 평가금액의 산술 평균액으로 정해진다.
송현동 부지 매각 대금을 두고 갈등을 빚어온 대한항공과 서울시는 올해 3월 국민권익위원회 조정을 통해 대한항공·서울시·LH 3자 교환 방식의 매각에 합의했다.
매각은 LH가 대한항공으로부터 송현동 부지를 매수하고, 이를 서울시가 보유한 옛 서울의료원 남측 부지와 교환하는 절차로 진행된다.
이번 서울시와 LH의 토지 교환 합의로 대한항공은 예정대로 감정평가를 진행하고, 연말 안에 LH로부터 대금을 받을 가능성이 커졌다.
서울시는 지난해 송현동 땅 보상비로 4천671억가량을 책정했고, 대한항공은 이 땅을 최소 5천억원으로 평가하고 있다. 이에 대한항공은 송현동 부지를 매각해 4천600억원에서 5천억원 사이의 현금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대한항공은 지난해 코로나19 사태 이후 재무 구조 개선을 위해 송현동 부지뿐 아니라 유휴 자산의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

올해 6월 자회사인 왕산레저개발 매각 우선협상대상자로 칸서스자산운용 컨소시엄을 선정했다. 칸서스자산운용 컨소시엄은 현재 왕산레저개발 실사를 진행 중이며, 조만간 매매 계약을 체결할 예정이다. 매각 대금은 1천300억원가량으로 평가받는다.
아울러 미국 로스앤젤레스(LA) 윌셔 그랜드 센터를 운영 중인 자회사 한진인터내셔널의 일부 지분도 매각할 계획이다.
대한항공은 미국 현지 투자자와 지분 매매 등을 협의했지만, 코로나19 영향으로 협의를 중단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한항공은 코로나19 상황을 모니터링하며 유리한 시점에 지분 매각을 재추진한다는 계획이다.
대한항공은 화물 사업을 바탕으로 5개 분기 연속 흑자를 이어가고 있지만, 주력 사업인 여객 사업 부진과 코로나19 사태 장기화에 대응하고자 유동성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지난 3월 3조3천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하고, 7천억원의 회사채를 발행하면서 부채비율을 지난해 말 634%에서 올해 2분기 293%로 낮추는데 성공했다.
2분기 기준 대한항공이 긴급히 사용할 수 있는 자금은 현금 및 현금성 자산 9천509억원을 포함해 4조6천억원가량으로 추산된다.
하지만 1년 내 상환해야 할 부채가 4조9천억원에 달하며, 아시아나항공[020560] 인수 잔금도 8천억원이 남아있다. 아시아나항공 자회사 편입 후 통합을 위해서 인수 자금과 별개로 6천억원도 추가 투입해야 한다.
아시아나항공 인수 이후에는 약 12조원에 달하는 아시아나항공 부채도 부담해야 한다. 아시아나항공의 부채비율은 지난해 말 1천343%였지만, 올해 2분기 2천131%로 급등했다.
업계 관계자는 "대한항공이 당장 유동성에 문제가 없어 보여도 아시아나항공 인수 이후를 대비해야 한다"며 "송현동 부지 매각으로 일단 한숨 돌리겠지만, 안심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pc@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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