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이 다양성·조화를 이념으로 한다면 추도문 보내야"
(도쿄=연합뉴스) 이세원 특파원 = 고이케 유리코(小池百合子) 일본 도쿄도(東京都) 지사가 1923년 간토(關東)대지진 직후 발생한 조선인 학살 위령 행사에 보낼 추도문을 거부한 것에 대해 일본 내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도쿄신문은 27일 사설에서 "추도문 중단은 역사를 은폐하는 행위이며 학살 부정 움직임이나 헤이트 스피치에 힘을 실을 가능성도 부정할 수 없다"면서 "도쿄 올림픽·패럴림픽이 다양성과 조화를 이념으로 하는 것이라면 올해야말로 고이케 씨는 추도문을 보내야 한다"고 논평했다.
신문은 고이케 지사가 "취임 다음 해인 2017년 도(都) 의회에서 추도문의 중단과 '희생자는 6천여 명'이라고 새긴 추도비 철거를 요구받았고 그해 이후 '모든 지진 희생자를 추도한다'면서 추도문을 보내지 않았다"라고 추도문을 거부한 것이 그의 역사 인식과 관련됐을 가능성에 주목했다.
이어 "대지진 때 조선인 피해자의 수는 공식 자료가 적기 때문에 파악이 곤란하지만 수천 명 규모가 통설"이라면서 많은 민간인 증언과 일본 내각부 중앙방재회의의 '재해교훈의 계승에 관한 전문조사회'가 2009년에 정리한 간토대지진에 관한 보고서 등에서 인정됐다고 지적했다.
도쿄신문은 특히 정부 보고서에 "조선인이 무장봉기 해 방화"라는 유언비어가 계기가 돼 살상 사건이 벌어졌고 "학살이라는 표현이 타당한 예가 많았다"고 명시돼 있다고 부연했다.
신문은 간토 학살이 "지진 직후 악질적인 선동에 많은 조선 사람들이 살해된 참혹한 사건의 하나다. 과거의 역사를 직시하고 재발 방지를 맹세하고 싶다"면서 고이케의 태도 변화를 촉구했다.
간토대지진 후 학살된 조선인 희생자 추도식을 준비하는 실행위원회가 추도문을 보내달라고 요청했으나 고이체 측은 '보내지 않겠다'고 최근 답변했다.
고이케는 지사 취임 첫해인 2016년에는 조선인 희생자를 위한 추도문을 보냈으나 2017년부터 추도문 발송을 거부했고 올해로 5년째 거절하는 상황이다.
간토학살은 1923년 9월 1일 오전 11시 58분 발생한 규모 7.9의 간토대지진이 일본 수도권 일대를 강타해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재일 조선인과 중국인, 일본인 사회주의자 등이 다수 살해된 사건이다.
'조선인이 우물에 독을 풀었다', '조선인이 방화한다', '조선인이 폭동을 일으킨다'는 등의 유언비어가 유포돼 조선인에 대한 적대감이 높아진 가운데 일본인 자경단, 경찰, 군인이 학살을 주도했다.
sewon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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