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당대회 앞두고 고위직 사정 강화…"1주일새 8명 낙마"
(선양=연합뉴스) 차병섭 특파원 = 시진핑(習近平) 국가 주석 집권 초반 중국의 사정 작업을 주도했던 왕치산(王岐山) 국가 부주석의 측근이 800억 원 넘는 뇌물을 받은 혐의로 재판 중이다.
27일 산둥성 칭다오(靑島) 중급인민법원에 따르면 사정·감찰기구인 중앙순시조 부조장을 지낸 둥훙(董宏)이 전날 4억6천만여 위안(약 832억원)을 받은 혐의로 1심 재판을 받았다.
기소 내용에 따르면 둥훙은 1999~2020년 직무상 권한을 이용해 개발사업 및 공사 도급, 인사 발탁 등에서 타인의 편의를 봐주고 직간접적으로 대가를 받았다.
둥훙은 죄를 인정하고 반성했으며, 재판부는 추후 기일을 정해 선고할 예정이다.
둥훙은 1998년께부터 20여 년간 광둥성, 하이난성, 베이징(北京)과 국무원 경제체제 개혁판공실 등에서 왕 부주석과 함께 일한 것으로 전해진다.
왕 부주석은 시 주석 집권 1기(2012~2017)에 중앙기율위원회 서기를 맡아 반부패 사정 작업에 앞장섰다. 둥훙도 당시 중앙 사정 조직의 지도부에 속했다는 게 홍콩 매체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의 설명이다.
지난해 10월 둥훙의 조사 소식이 공개되자 홍콩 매체 명보는 고위급 사정 작업을 '호랑이 사냥(打虎)'으로 부르는 것에 빗대 또다시 '호랑이'가 낙마했다면서, 특히 둥훙은 '호랑이 사냥 대장'으로 불렸다고 소개한 바 있다.
명보는 당시 둥훙이 왕 부주석의 수석 집사로 평가받았다고 전했는데, 왕 부주석은 이후 지난 4월 보아오(博鰲) 포럼에 참석했을 당시 연설을 하지 않는 대신 시 주석을 소개하는 역할만 자임하면서 정치적 입지에 대한 의구심이 나오기도 했다.
한편 둥훙의 재판 소식은 시 주석의 장기 집권이 구체화할 것으로 보이는 내년 10월 중국공산당 제20차 전국대표대회(당대회)를 앞두고 중국 전역에서 고위직 사정 작업이 강화되는 가운데 나왔다.
명보에 따르면 중국공산당 중앙선전부는 전날 베이징(北京) 국무원 신문판공실에서 '중국공산당의 역사 사명과 행동가지' 문헌 관련 기자회견을 열고 반부패와 함께 당내 특권계층 형성을 막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중앙선전부 측은 이 자리에서 "(시 주석이 집권한 2012년) 제18차 당대회 이후 (반부패로) 90여만 명이 제명됐다"면서 "특히 지난 1주일은 '가장 밀도 높은 반부패 주간'으로 8명이 낙마하고 13명이 처벌받았다"고 발표했다.
지난주에는 저장성 항저우(杭州) 당서기 저우장융(周江勇)이 심각한 기율 및 법률 위반 혐의로 조사를 받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파장이 인 바 있다.
항저우는 중국의 대표적 빅테크 기업 알리바바의 본사가 있는 곳이며, 중국 민영경제의 중심지로 통한다. 그런 만큼 중국 당국이 알리바바와 관련된 인물들을 솎아내는 한편 이곳에서 '공동 부유론' 추진에 속도를 내려 한다는 관측이 나온다.
저우장융 뿐만 아니라 북중 접경 단둥(丹東) 당서기를 지낸 랴오닝성 전 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 부주석 쉐헝(薛恒)을 비롯해 구이저우·간쑤·칭하이·산시(山西)·산둥성 등의 전·현직 고위직 인사도 최근 줄줄이 낙마했다.
중국인민대학 반부패 및 청렴정책 연구센터 마오자오후이(毛昭?) 주임은 "(20차 당대회를 앞두고) 올해 하반기에서 내년 상반기는 '반부패 절정기'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또 베이징(北京)대 청렴정치연구센터 좡더수이(莊德水) 부주임은 관영매체 글로벌타임스 인터뷰에서 당국이 반부패 전쟁 다음 단계로 20년 전까지 거슬러 올라가 과거 사례 조사에 초점을 맞출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시 주석 집권 이전인 장쩌민(江澤民), 후진타오(胡錦濤) 집권기까지 모두 들여다볼 수 있다는 의미다.
북부 네이멍구(內蒙古) 자치구에서는 이미 지난해부터 지난 20년간의 석탄 산업 분야 부패 조사를 진행 중이다.
bsch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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