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저리그 피싱 한국대회 TV로 중계…국회에선 '홀대'
(서울=연합뉴스) 성연재 기자 = 최근 심야에 무심코 TV 채널을 돌리다 공중파에서 낚시 프로그램을 접하곤 깜짝 놀랐다.
'낚시계의 메이저리그'라고 불리는 메이저 리그 피싱(MLF. Major League Fishing) 한국 대회를 다룬 프로그램으로, 낚시인들이 마치 영화에서나 봤을 듯한 고 마력 보트를 타고 낚시에 임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그간 낚시 프로그램은 공중파 방송에서는 잘 찾아보기 힘들었다.
최근 케이블 채널에서는 이경규나 이덕화 등 연예인들이 참가하는 '도시어부' 같은 낚시 예능이 방영되고 있으나, 공중파에서 낚시 관련 방송을 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MLF는 세계 최대 스포츠 피싱 운영 조직으로, 야구의 MLB나 골프의 PGA와 같은 수준의 인기를 얻고 있는 스포츠 낚시 경기 대회다.
대회 과정은 디스커버리 채널이나 아웃도어 채널 같은 대표적인 아웃도어 스포츠 채널을 통해 방송된다.
이러한 메이저 리그 낚시 경기대회에 참가하는 것은 낚시인들에게는 꿈의 필드와 마찬가지다.
이날 방송된 것은 최근 춘천 의암호에서 열린 국가대표 선발 2차전 경기 내용이었다.
MLF 코리아는 모두 4차례의 국가대표 선발전을 통해 오는 10월 미국 테네시주 피크 위크 호수에서 열리는 MLF 챔피언십 세계대회에 참가할 2명의 선수를 최종 선발할 예정이다.
MLF 챔피언십은 10월 28일부터 30일까지 3일간 치러지며 우승상금 2억5천만 원을 놓고 전 세계를 대표하는 쟁쟁한 프로들이 경쟁하게 된다.
낚시인들은 이러한 환경 변화에 고무된 분위기다.
김욱 MLF 해설위원은 "국내에도 PGA 스포츠 중계 같은 느낌의 스포츠 낚시 중계방송이 생겼다는 것은 낚시에 대한 관점이 바뀌고 있음을 시사한다"면서 "국내에서 스포츠 피싱이 제대로 자리 잡을 필요성이 더더욱 커지고 있는 셈"이라고 말했다.
낚시인들은 2028 LA 올림픽에서 배스 낚시가 시범 종목으로 채택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낚시가 차지하고 있는 위상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반면, 국내 사정은 정반대다.
전국적으로 낚시 금지구역이 날이 갈수록 늘어만 가고 있기 때문이다.
위기감을 느낀 낚시인들은 최근 '낚시행위 제한 근거 조항 개정에 관한 국회 청원'을 시작해 성립 요건인 10만 명의 동의를 받았다.
그러나 이 청원은 심의기한을 넘긴 채 무기한 계류된 상태다.
낚시인들은 낚시인들을 무시하는 일이라며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월간 낚시춘추 서성모 편집장은 "국회 청원의 경우 90일 이내에 심의해야 함에도 최소한 회의라도 열어야 할 텐데 아무 액션을 취하지 않고 있다는 것은 낚시인들을 무시한다고 보는 사람들이 많다"고 말했다.
1인 시위에 참가한 만화가 서정은 씨는 "자전거도로나 등산로 등 다른 여가 환경에는 많은 지원을 해 주면서 낚시는 여전히 수질오염의 주범으로만 여기고 있다"면서 "낚시인들의 시민의식도 많이 성장해 쓰레기를 처리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낚시가 이처럼 무시당하고 있는 이유를 환경오염 문제에서 기인한 것으로 파악하고, 수년간에 걸쳐 이미지 개선을 위해 노력하는 개인과 단체도 생겨나고 있다.
낚시하는 시민연합 강동원 이사는 "낚시 쓰레기 문제는 대중화 과정에서 벌어지는 불가피한 하나의 현상일뿐"이라면서 "사회적 공감대 속에 계몽운동과 법 제도가 동시에 갖춰진다면 쉽게 극복할 수 있는 문제로 본다"고 말했다.
polpor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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