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지연 서울대병원 교수 "통증도 만성 질환처럼 받아들이고 관리해야"
(서울=연합뉴스) 김잔디 기자 = 통증은 몸이 아플 때 보내는 신호다. 통증이라는 생체 신호 덕분에 아픈 부위를 파악하고 치료할 수 있다. 그러나 때로는 상처가 완전히 아물었는데도, 병이 다 나았는데도 통증이 남아있는 경우가 있다.
이렇게 만성화된 통증은 환자의 삶의 질을 크게 떨어뜨리고 우울, 불안, 불면 등 정서적 장애를 초래하기도 한다. 특히 원인 모를 통증에 대해 '꾀병'이 아니냐는 주위의 시선은 환자들의 고통을 키우는 요인이기도 하다.
문지연 서울대학교병원 마취통증의학과 교수는 최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통증은 참으면 병이 된다"며 "무조건 참는 게 아니라 통증 역시 만성질환으로 인식하고 적절히 치료, 관리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과거에는 통증을 참는 게 미덕으로 여겨지기도 했으나, 원인을 알 수 없다고 해서 무조건 참는 건 오히려 환자 삶의 질을 떨어뜨리고 신체적·정서적 문제를 야기할 수 있으므로 지양해야 한다는 것이다.
문 교수는 "통증을 참으면 부작용이 온다"며 "뇌에서 통증을 예민하게 인지하는 쪽으로 구조가 바뀌고, 오랫동안 통증에 시달리다 보니 사회적으로 위축되고 불안하고 우울해지면서 수면장애가 발생하는 등 악순환이 반복된다"고 말했다.
통증을 '치료'하는 건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낸다는 데 의미가 있다. 통증의 원인을 파악해 제거하는 게 가장 좋지만 그럴 수 없다면 통증을 제거하는 것만으로도 통증으로 인한 부작용을 해소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비슷한 정도의 통증이 3개월 이상 지속되는 만성 통증은 그 자체를 질병으로 받아들이고 전문가를 찾아 치료를 시작해야 한다.
문 교수는 "예를 들어서 허리를 삐끗하는 급성 통증도 2주 뒤에는 좋아져야 하고, 칼에 베인 상처도 아물기 시작하면 통증이 사라져야 한다"며 "예상을 넘어서는 통증이 지속하고 심지어 통증이 더 심해진다면 병원을 찾는 게 좋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만성통증을 치료하기로 마음먹었다면 원인을 찾아내기 위한 노력과 함께 통증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태도를 갖추는 게 무엇보다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고혈압, 당뇨병과 같은 만성질환처럼 꾸준히 관리하면서 증상을 호전하고 삶의 질을 개선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는 것이다.
문 교수는 "원인이 되는 질환이 해결돼도 통증이 계속 남아있기도 하고 아예 원인을 찾을 수 없는 통증도 있다"며 통증 치료는 일상에서 통증을 조절하고 대처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워가는 과정"이라고 말했다.
문 교수는 "환자들은 통증이 왜 나아지지 않느냐, 왜 다시 아프냐고 물어보는 경우가 많은데 통증의 개념과 인식을 바꾸셔야 한다고 말씀드린다"며 "특히 노화로 인한 통증은 노화 자체를 제거할 수 없는 만큼 관리의 영역으로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통증은 정서적 문제와 연관 있는 만큼 주위에서 함부로 다른 사람의 통증을 깎아내리는 행위도 삼가야 한다고 그는 당부했다. 각종 검사를 통해 어떤 원인도 찾지 못했는데도 불구하고 환자 본인은 심각한 통증에 시달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는 "통증은 눈에 보이지 않는 감각적이고 정서적인 경험"이라며 "통증을 호소하는 사람에게 함부로 꾀병이라고 하기보다는 통증을 인정하고 공감해주는 지지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 문지연 교수의 '통증'에 관한 아홉 가지 제언
① 만성통증은 그 자체로 치료해야 하는 질환으로 통증 조절이 삶의 질을 좌우한다.
② 만성통증을 방치하면 신체적, 정서적 부작용을 초래한다.
③ 만성통증과 수면, 만성통증과 우울감, 만성통증과 불안감은 밀접한 연관이 있다.
④ 통증 치료에도 골든 타임이 있다. 타이밍이 치료 성패를 좌우한다.
⑤ 통증이 지속되는 악성 고리를 끊어주는 것은 만성통증의 악화를 막는 기본 요건이다.
⑥ 진통제는 통증을 완화할 뿐만 아니라 만성통증의 악성 고리를 끊어 이차적 부작용 발생을 줄인다. 진통제는 통증의 특성에 따라 본인에게 가장 적합한 약제를 찾아야 한다. 잘못된 진통제의 사용은 약물남용, 오용, 의존, 내성을 초래한다. 진통제 복용 전 반드시 전문의와의 상담이 필요하다.
⑦ 만성통증은 '완치'가 어려운 경우도 많다. 그러나 만성통증의 '조절'은 통증의 악화를 막고 이차적 부작용을 예방한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⑧ 급성통증으로 고통스러울 때 무리한 운동은 추천되지 않는다. 만성통증이 비슷하게 지속되는 경우 꾸준한 유산소운동과 근력 강화를 통해 훌륭한 통증 완화 효과를 얻을 수 있다.
⑨ 통증 치료 전문의와 함께 각각의 통증 분류별로 효과적인 통증 조절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jandi@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