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SR 강화 조기 시행 가능성 내비쳐…"실수요자는 배려"
만기연장·이자상환 유예 재연장 시사…"코인거래소 신고기간 연장 안돼"
(서울=연합뉴스) 김연숙 기자 = 고승범 금융위원장 후보자는 27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가계부채 관리'를 최우선 과제로 강조했다.
이를 위해 개인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단계적 강화 일정을 재검토하는 한편, 관리 과정에서 실수요자들이 피해를 보지 않도록 배려하겠다고 밝혔다.
소상공인을 위한 대출만기 연장·이자상환 유예 조치는 재연장을 시사했고, 가상자산(가상화폐)사업자 신고기한 등에 대해서는 기존 금융위의 입장을 고수했다.
청문회는 큰 충돌 없이 주로 정책 위주로 검증이 이뤄졌지만, 고 후보자 인척과 관련한 '이해충돌' 가능성에 대해서는 공방이 벌어지기도 했다.
◇ 1천800조 가계부채에 "적극 대응 불가피"…"실수요자는 배려"
청문회의 가장 큰 쟁점은 올 2분기 기준 1천800조원을 넘어선 가계부채였다.
고 후보자는 가계부채 급증으로 인해 '적극적인 대응이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가계부채 관리를 최우선 역점 과제로 삼고 가능한 모든 정책역량을 동원하겠다"고 단호한 입장을 표명했다.
이를 위해 그는 2023년까지 개인별 DSR 40% 적용대상을 단계적으로 확대하기로 한 기존 방안을 재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고 후보자는 현재 DSR 규제가 적용되지 않는 2금융권으로의 풍선효과가 있다고 지적하고, 이외에도 다른 방안을 심도있게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규제 적용 일정을 앞당길 수 있다는 가능성을 내비친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가계대출 총량 규제로 일부 은행에서 대출을 일시 중단함에 따라 청년, 무주택자 등이 피해를 본다는 지적에 "실수요자가 어려움을 겪지 않도록 세심하게 배려하면서 정책을 하겠다"고 밝혔다.
고 후보자는 9월 말 종료를 앞둔 '코로나19 대출 만기 연장과 이자상환 유예 조치'의 재연장도 시사했다.
고 후보자는 "중소기업과 자영업자의 어려움을 충분히 감안한 결정을 하도록 하겠다"며 "방역상황도 그렇고 상황이 더 심각해진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금융지원 조치의 연장이 잠재적 부실 위험을 키울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서는 "금융권과 잘 협의해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전직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인 고 후보자는 특히 한은 통화정책에 대해서도 소신을 밝혔다.
그는 사견을 전제로 전날 금통위가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한 결정에 대해 "적극 지지한다"고 평가했다. 이어 '연말까지 몇 차례의 금리 인상이 필요하다고 보느냐'는 질문에는 "한 번의 인상으로 되지는 않을 것 같고 앞으로의 추세가 중요하다"고 언급했다.
◇ "가상자산사업자 신고기간 연장 없다"…기존 금융위 입장 되풀이
이날 청문회에서는 가상자산과 관련한 고 후보자의 입장을 묻는 질의도 쏟아졌다. 답변은 기존 금융위의 입장과 별 차이가 없었다.
고 후보자는 9월 24일 가상자산사업자 신고 기한 일정에 대해 이용자 피해 방지 등의 이유를 들어 "기존 일정을 지키는 게 맞다"고 강조했다.
전임 은성수 위원장과는 다른 정책을 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에는 "그동안 해오던 기존을 바꾸는 것은 그 자체로 잘못된 시그널을 줄 수 있어 조심스럽다"고 반박했다.
가상자산을 금융자산으로 볼 수 있느냐는 질문에는 "국제적으로 보면 화폐도 아니고 금융자산도 아니라는 것이 더 많은 견해"라고 답했다.
◇ "대환대출 플랫폼, 처음부터 다시 검토…공매도는 확대가 바람직"
고 후보자는 현재 금융위가 추진하는 과정에서 은행권과 갈등을 빚은 대환대출(대출 갈아타기) 플랫폼과 관련해서는 "처음부터 다시 검토할 것"이라며 빅테크·핀테크·금융산업 간 상생을 깊이 고민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또 장기적으로 공매도 확대가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밝혔다. 다만 불법 공매도는 잘 살펴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머지포인트 사태'와 관련해서는 "선불업체 이용자를 보호하기 위해 (고객 충전금) 예치제도와 고객 우선변제가 빨리 시행되도록 잘 챙기겠다"고 밝혔다.
한은과 금융위와의 입장 차이로 개정이 지연된 전자금융거래법(전금법)과 관련해서는 "개정안 처리가 시급하다"며 "한은이 충분히 받아들일 수 있는 안을 한번 만들어보려 한다"고 말했다.
◇ 이해충돌 논란…"손해는 몰라도 이익 볼일 없을 것"
고 후보자의 인척관계도 검증 무대에 올랐다.
고 후보자의 매제는 김남구 한국투자금융지주 회장이다. 야당 의원들은 주요 금융사 대표이사의 가족이 금융정책을 총괄하는 수장으로 부임하면 이해충돌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이에 대해 고 후보자는 "(이해충돌)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절제하고 조심하겠다"며 "제가 임명된다면 한투그룹이 저로 인해 손해를 볼지는 몰라도 이익을 볼 일은 없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그는 또 장남이 '고모부 찬스'로 한국투자증권에서 인턴 기회를 얻은 것 아니냐는 의혹에는 "(아들이) 인터넷 카페의 채용 공고를 보고 지원한 것으로 들었다"며 "그 과정에서 개입한 바는 없다"고 해명했다.
2001∼2003년 자녀의 초등학교 진학을 위해 위장전입을 한 사실에 대해서는 "송구하다"고 고개를 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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