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평생 해병 꿈꿨고 아기 출산 3주 앞둔 예비아빠"
"아프간 전쟁 시작 때 태어나 전쟁 끝나니 생 마감"
목숨 구하는 일 도운 의무병 등 안타까운 사연 속속 전해져
(서울=연합뉴스) 김지연 기자 = 아프가니스탄 카불공항의 자살 폭탄 테러로 전사한 미군들의 안타까운 사연이 속속 알려지고 있다.
미국 국방부는 아직 공식적으로 희생자들 면면을 공개하지 않았지만, 일부 유족과 정치인들이 애도를 표시하면서 이들이 생전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고 로이터통신이 2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모든 희생자의 사정이 안타깝지만, 특히 출산을 불과 3주 앞둔 예비 아빠, 이제 갓 스물이 된 청년의 사연은 더욱 눈길을 끌고 있다.
와이오밍주 출신 릴리 매콜럼은 불과 2년 전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해병대에 합류한 꿈 많은 청년이었다.
그의 누나는 언론 인터뷰에서 "동생은 한평생 해병을 꿈꿔왔고 보병에 복무하기로 결심했다"며 "복무를 끝내고는 역사 교사와 레슬링 코치가 되고 싶어했다"고 소개했다.
또 "동생은 강인하고 친절하고 사랑스러운 아이였다"며 "그의 유머와 재치는 정말 큰 기쁨이었다"고 회상했다.
다른 누나는 SNS에 "가슴이 찢어진다. 사랑해"라고 올리며 동생을 추모했다. 이달 초 그는 동생을 향해 "얼른 돌아와. 빨리 내 조카를 보고 싶다"고 동생의 무사 귀환을 애타게 기다렸다.
매콜럼이 아내와 함께 운영한 것으로 보이는 소셜미디어(SNS) 계정에는 지난 5월부터 결혼식 사진이 올라와 있고, 둘은 예비 부모로 소개됐다.
아기 출산은 3주 앞으로 다가왔다고 한다.
와이오밍 주지사 마크 고든은 "전날 카불 테러 공격으로 우리 주민 한 명을 잃은 소식을 듣고 충격이 크다"고 애도를 표했다.
또 다른 전사자인 해병 카림 니코이는 2001년 아프간 전쟁이 시작된 해에 태어났다.
그의 아버지는 테러 당일 아들이 있던 장소에서 공격이 있었다는 것을 듣고 퇴근해서는 노심초사하며 계속 TV 앞을 지켰다.
결국 집으로 찾아온 3명의 해병대원으로부터 비보를 전해 들었다.
그는 "아들은 그가 하는 일을 사랑했고, 항상 해병이 되고 싶어했다"며 "향후 경력으로 쌓으려 한 만큼 헌신했고 나라의 부름에 응답하는 데 주저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집 근처 부대에서 근무한 니코이는 주말마다 해병 친구들을 집으로 데려왔고, 친구들은 니코이 부모님과도 가족같이 지내곤 했다.
니코이는 테러 전날 아버지에게 카불 공항에서 아프간 아이들과 이야기를 나누거나 사탕을 건네는 자신의 모습을 담은 영상을 보내기도 했다.
아버지는 "아들은 아프간 전쟁이 시작될 때 태어났고, 전쟁이 끝나니 생을 마감했다"고 슬퍼했다.
이밖에 20대 초반의 해군 의무병으로 스포츠 마니아인 막스톤 소비아크도 이번 테러의 희생자였다고 공화당 소속 연방 상원의원인 로브 포트만이 트위터를 통해 알렸다.
소비아크는 고등학교 시절 축구팀 소속 우등생으로 활약하며 2017년 졸업했다.
학교 측은 성명을 통해 "소비아크는 학교생활 내내 스포츠를 비롯한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우수한 학생이었다"며 고인을 기렸다.
그는 평소 SNS에 암벽 등반이나 스키 등 각종 운동을 즐기는 사진을 올리곤 했다. 또 군인 친구들과의 사진도 올리며 부대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그의 누나는 SNS에 "동생은 목숨을 구하는 일을 돕다가 세상을 떠났다"며 추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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