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부 "외세개입 실패…강군 필요"-반군부 "국민 지지 무력투쟁 승리"
(방콕=연합뉴스) 김남권 특파원 = 아프가니스탄 사태를 놓고 쿠데타 발발 7개월째에 접어든 미얀마의 군사 정권과 반군부 진영에서 '아전인수식' 평가들이 쏟아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30일 미국 외교전문지 디플로맷에 따르면 양측은 아프간 사태를 자신들의 주장이나 입장을 옹호하는 계기로 활용하고 있다.
미얀마 군정은 외세의 개입은 결국은 실패하게 돼있으며, 강한 군대가 필요하다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민주진영 측에서는 탈레반의 전광석화 같은 승리는 국민의 지지 덕인만큼, 이를 '벤치마킹'하면 군정을 무너뜨릴 수 있다는 희망을 이야기하고 있다는 것이다.
테인 세인 대통령의 고문을 역임하고 현재 군사정권 장관인 꼬 꼬 흘라잉은 최근 장문의 글을 통해 외부 세력에 의한 민주화를 비판했다고 디플로맷은 전했다.
붕괴한 아프간 정부를 국가의 자주권을 팔아넘긴 미국의 총독 무리들이라고 비난하기도 했다.
이는 미얀마는 민주주의를 향해 자신의 길을 갈 것이며 외세의 개입을 통한 레짐 체인지(정권교체)는 실패할 것이라는 군사정권의 기존 주장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다.
미얀마에서는 쿠데타 이후 시민들에 대한 학살이 잇따르자 유엔에 '보호책임'(R2P·Resposibility to protect)을 촉구하는 주장이 잇따랐다.
R2P는 국가가 집단학살, 전쟁범죄, 인종청소, 반인륜 범죄 등 4대 범죄로부터 자국민을 보호할 책임을 의미한다.
만약 각국이 자국민 보호에 명백히 실패할 경우에는 국제사회가 강제 조치 등을 통해 나서야 한다는 원칙이다.
군정 옹호론자들은 또 패퇴한 아프간 정부군과 땃마도(미얀마 군부)를 대비하며, 민주주의 번영을 위해서는 힘 있고 일관성 있는 군대가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고 매체는 전했다.
또 아슈라프 가니 대통령이 탈레반의 진격에 겁먹고 서둘러 해외로 도피한 모습은 자신들은 이미 해외로 나갔으면서도 미얀마 시민들에게 최후까지 싸울 것을 촉구하는 주요 반군부 시위 지도자들이나 활동가들을 비웃는 데 사용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민주진영 측에서는 탈레반의 승리는 러시아와 중국의 지원 때문이라는 주장이 일부 나오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러시아와 중국을 미얀마 군부 쿠데타 '승인국'으로 보는 반군부 진영의 비판과도 맥이 닿아 있다.
그러나 민주진영 측에서 아프간 사태를 바라보는 시각의 대다수는 임시정부인 국민통합정부(NUG) 및 NUG가 창설한 무장조직인 시민방위군(PDF)이 군사 정권을 전복하기 위해 탈레반의 승리를 어떻게 따라 할 수 있는지에 관한 것이라고 매체는 전했다.
미국의 지원을 받는 정부를 상대로 탈레반이 얻은 승리는 상대방이 얼마나 강한지에 상관없이, 헌신적이고 대중의 지지를 받는 군대는 필연적으로 승리한다는 주장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디플로맷에 따르면 NUG의 뚜 꽝 장관은 SNS에서 탈레반의 승리를 칭찬했다.
뚜 꽝 장관은 탈레반이 수적으로도 기술적으로도 우세한 아프간 정부군을 궤멸시켰다면서, 이는 아프간인들의 지지를 받았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아프간 정부의 실패에는 소수민족 간 연방주의를 실천하지 않은 것이 주요한 이유로 작용했다면서, 이에 반해 탈레반은 서로 다른 소수민족 단체들에 지지를 호소했다는 지적도 민주진영에서는 나온다.
NUG는 군정의 유혈 탄압에 맞서기 위해 연방 민주주의를 고리로 소수민족 무장 조직과의 연방군 창설을 추진 중이다.
이와 함께 일부 네티즌은 미얀마 군부가 탈레반에 겁먹고 싸워보지도 않고 패퇴한 아프간 정부군과 같은 종이호랑이라고 주장하고 있다고 매체는 전했다.
땃마도 병력은 실제로는 서류상 기재된 숫자의 10%밖에 되지 않을 것이라며, 소수민족 무장조직과 PDF 연합 세력과 비교해 수적으로 완전히 열세일 것이라는 게 요지다.
따라서 NUG가 'D-데이' 총공세에 나서면 미얀마군도 아프간 정부군과 같이 단기간에 항복할 것이라는 지나친 장밋빛 전망으로까지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미얀마 군부는 무력으로 잡은 정권을 더 단단히 유지하기 위해, 반군부 세력은 대변동의 종반전에 대한 희망을 품기 위해 아프간 사태에 각각 자신들의 입장을 투영하고 있다고 디플로맷은 분석했다.
이런 가운데 현지 SNS에서는 아프간 사태에 전세계의 이목이 집중되면서 여전히 계속되는 미얀마 군정의 유혈 폭력에 대한 관심이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도 감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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