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풍·홍수·단전에 주민들 '카트리나 데자뷔'
일상·의료서비스·경제활동 등 사실상 마비
연방 중대재난 선포…피난·구호·복구 준비
(서울=연합뉴스) 장재은 김지연 기자 = 허리케인 아이다가 기습한 미국 루이지애나주가 심각한 재난 지역으로 돌변했다.
로이터, AP통신 등에 따르면 29일(현지시간) 아이다가 강풍과 함께 도착한 루이지애나에는 대규모 정전사태가 발생했다.
단전추적 사이트인 파워아우티지는 정전된 가정과 기업이 이날 늦은 밤 현재 100만곳이 넘는다고 밝혔다.
아이다 때문에 루이지애나주 최대 도시 뉴올리언스에 전력을 공급하는 8개 송전선이 모두 고장 났다.
뉴올리언스 국토안보비상대책본부는 이날 오후 7시 이후 도시 전역이 정전이라며 유일한 전력원이 발전기라고 밝혔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 때문에 비상이 걸린 지역 의료기관들은 설상가상 위기에 직면했다.
루이지애나 서남부 티보도 지역보건 병원에서는 환자 이동 때 산소호흡기를 손으로 돌리는 사태가 빚어진 것으로 전해졌다.
주 전역에서 코로나19로 입원한 환자들은 2천450명 정도로 추산되고 있다.
아이다는 사흘 전 카리브해에서 열대폭풍으로 발생해 최고 풍속이 시속 240㎞에 달하는 4등급 허리케인까지 세력을 키웠다.
강풍과 함께 상륙해 북진하는 아이다는 현재 최고 풍속이 시속 168㎞로 잦아들어 1등급으로 3계단 강등됐다.
초강력 허리케인 카트리나가 16년 전인 2005년 같은 날에 가한 고통을 기억하는 이들은 다시 몸서리를 쳤다.
카트리나는 3등급 허리케인으로 상륙해 뉴올리언스, 미시시피주 해안 마을에서 제방을 무너뜨리고 홍수를 일으켜 무려 1천800여명의 목숨을 앗아갔다.
바닷가 위험지대에 있던 주민들은 아이다가 접근하자 당국 대피령에 따라 황급하게 피난에 나섰다.
이들 지역은 강풍 때문에 들이닥친 높은 파도 때문에 침수됐으며 해안에 있는 90번 고속도로는 그대로 강처럼 변해버렸다.
내륙 주민들은 지붕널을 뜯고 담장을 무너뜨리는 강풍 속에 집 안에 숨어 허리케인이 지나가길 초조하게 기다리고 있다.
이날 밤에는 60대 남성이 배턴루지 근처에 있는 자택에서 쓰러진 나무에 깔려 숨지는 첫 사망사고가 발생했다.
지역 경제는 사실상 마비됐다.
근해에 있는 석유생산시설은 모두 가동이 중단됐고 멕시코만에 접한 루이지애나, 미시시피주의 해상운수도 마비됐다.
미국 안전환경집행국(BSEE)에 따르면 300개에 달하는 근해 석유·가스 시설이 가동을 멈춰 석유와 천연가스 생산이 각각 96%, 94% 감소했다.
미국 국립허리케인센터(NHC)는 강풍과 함께 일부 지역에 폭우가 쏟아질 가능성도 경고했다.
존 벨 에드워즈 루이지애나 주지사는 "향후 며칠, 몇 주가 매우 힘들 것"이라며 "집안에서 가장 안전한 곳을 찾아 폭풍이 지나갈 때까지 나오지 말라"고 당부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루이지애나, 미시시피주를 중대 재난지역으로 지정하고 복구에 연방 자원을 투입하기로 했다.
백악관은 연방 기관들이 비상인력 2천여명과 물, 식량, 발전기를 보냈으며 지역당국, 적십자사 등이 최소 1만6천명을 수용할 수 있는 피난처 수십곳을 준비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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