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건강, 정치적 지향 등 조사 지시…해당 문서 웨이보서 수만회 공유
(서울=연합뉴스) 김용래 기자 = 중국의 유명 대학이 성소수자 학생들의 심리상태와 정신건강 등을 조사하겠다고 한 것이 뒤늦게 알려져 논란이 일고 있다.
29일(현지시간) 영국의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중국 상하이대 측은 지난 1월 '캠퍼스 조사'라는 명목으로 각 단과대학에 성소수자(LGBTQ+) 학생들을 파악해 조사하라고 지시했다.
대학 측은 성소수자 학생들의 심리상태와 정신건강, 정치적 지향 등의 구체적인 개인 성향에 대한 정보를 파악할 것을 요구했다.
대학 측은 이런 캠퍼스 조사의 목적과 이유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았다.
이런 내용은 중국의 소셜미디어(SNS) 공간에 최근 알려지면서 논란이 확산했다.
상하이대의 캠퍼스 조사 명령서는 중국의 SNS인 웨이보에 올라와 수만 번이 공유됐다고 한다.
현재 웨이보에서 해당 게시물은 삭제됐지만, 트위터 등 다른 SNS로 확산하면서 중국의 성소수자 탄압에 대한 우려를 불러일으켰다.
미국 예일대 폴 차이 중국학센터의 다리우스 론가리노 연구원은 트위터에서 "해당 문서는 중국의 대학 당국이 성소수자 학생들을 어떻게 바라보는지를 보여주는 한 예"라면서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중국에서는 대학가를 중심으로 꾸준히 성소수자 커뮤니티가 확대되왔지만 최근 들어 중국의 정치·사회 분위기가 급격히 바뀌면서 성소수자 커뮤니티는 점점 배척받는 기류다.
중국의 유일한 연례 성소수자 축제로 12년을 이어왔던 '상하이 프라이드'가 작년 돌연 축제를 더이상 개최하지 않는다고 선언하기도 했다.
지난 7월에는 중국 대학들의 성소수자 학생들의 SNS 계정 수십 개가 한꺼번에 접속이 차단되고 경고도 없이 삭제되는 일도 있었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해외의 중국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상하이대의 성소수자 조사가 혐오정서에서 기인한 것은 아니라는 지적도 나온다.
미국의 외교전문지 포린 폴리시의 제임스 팔머 부편집장은 "성소수자 혐오에 따른 박해라기보다는 중국 체제가 (시민사회의) 잠재적 사회운동가들을 끊임없이 감시하고 확인하려는 의도에서 비롯된 일 같다"면서도 "좋은 일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yongl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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