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간인 대피 지원 日자위대 수송기, 사실상 '빈손' 철수

입력 2021-08-31 07:41   수정 2021-08-31 10:58

아프간인 대피 지원 日자위대 수송기, 사실상 '빈손' 철수

(도쿄=연합뉴스) 박세진 특파원 = 탈레반이 장악한 아프가니스탄 탈출을 희망하는 일본대사관 근무 현지 직원 등의 국외 대피를 돕기 위해 파견된 일본 자위대가 별 성과 없이 철수한다.
교도통신 등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아프간 주둔 미군의 철수 시한 종료에 맞춰 아프간인 대피 지원을 위해 파견한 자위대를 이르면 9월 1일 철수시킬 예정이다.
일본 정부는 자국 대사관과 국제협력기구(JICA) 등에서 일한 아프간 직원 및 그 가족 등 500명가량을 대피시키기 위해 육상자위대원 등 300여 명과 수송기 3대, 정부 전용기 1대를 지난 23일부터 아프간 인접국인 파키스탄으로 보냈다.
파키스탄 이슬라마바드 공항에 거점을 둔 자위대 수송기는 25일 이후 카불 공항에 여러 차례 착륙했지만, 일본을 위해 일해온 아프간 현지인은 한 명도 대피시키지 못했다.
대피를 희망한 아프간인들을 공항으로 데려올 준비를 제대로 해 놓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일본 정부의 대피 지원용 수송기 파견 결정이 늦었다는 비판과 함께 카불 주재 일본대사관 직원들이 먼저 대피해 대피 지원 업무에 차질이 빚어졌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지난 26일 카불 공항 인근에서 발생한 자살폭탄 테러 영향으로 일본 정부가 주선한 10여 대의 버스 편으로 공항에 집결하려 했던 수백 명의 현지인이 공항에 접근하지 못하는 악재도 겹쳤다.



자위대는 결국 26일과 27일 각각 미군이 탈출 지원을 요청한 아프간 이전 정부 관계자 14명과 교도통신 아프간 통신원으로 일해온 자국민 1명만 파키스탄으로 대피시켰다.
이후 일본 정부는 이슬라마바드 공항에 수송기를 대기시킨 채 기회를 살폈지만, 미군이 철수한 후에는 카불 공항의 안전을 확보하기 어렵다고 판단해 수송기를 이용한 대피 작전을 끝내는 쪽으로 방향을 잡은 것으로 보인다.

일본 정부는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총리가 참석하는 국가안전보장회의(NSC)에서 자위대 수송기 철수를 결정할 예정이다.
아프간에는 현재 당장 출국을 원하지 않는 소수의 일본인과 국외 대피를 희망하는 일본대사관 등의 아프간인 직원과 가족이 500명가량 남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정부는 앞으로 아프간 현지 치안 상황을 보면서 민항기를 이용한 대피 지원 등 대안을 강구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정부 대변인인 가토 가쓰노부(加藤勝信) 관방장관은 30일 기자회견에서 "아프간 현지 정세가 급격하게 바뀌고 있다"며 현지 상황을 보면서 적절하게 대응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일본 언론은 정부가 신속하게 대응하지 못해 이번 대피 지원이 실패로 돌아간 것이라며 경위 규명을 촉구하고 있다.
아사히신문은 31일 자 사설을 통해 "결과적으로 (일본을 도운) 많은 아프간인을 남겨 놓은 채 자위대를 철수시킬 수밖에 없게 된 것은 매우 유감스러운 일로, 정부는 엄중하게 받아들여야 한다"며 관련 정보를 공개하고 실패 경위를 철저하게 검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parksj@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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