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20년 주둔 끝났다"…30일 밤 11시 59분 마지막 공군기 이륙
탈레반 "역사 만들었다…미국과 좋은 관계 원해"
'통치 2기' 가시밭길 전망…경제·의료·인권 붕괴 조짐
(워싱턴·뉴델리·서울=연합뉴스) 이상헌 김영현 특파원 김지연 이의진 기자 = 20년간 이어진 아프가니스탄 전쟁이 미군 철군 완료로 30일(현지시간) 마침내 끝났다.
아프간을 장악한 이슬람 무장조직 탈레반은 즉각 "완전한 독립"을 선언했다고 외신과 현지 언론은 전했다.
아프간전은 2001년 미국 뉴욕 무역센터 등에 대한 9·11 테러 직후 발발했다가 이날 미국이 미군 철수와 민간인 대피 완료를 선언함에 따라 공식 종료됐다. 아프간 전은 미국 역사상 최장기 전쟁이었다.
탈레반은 1차 통치기(1996∼2001년)에 이어 20년 만에 외세 개입 없이 통치 2기를 열어가게 됐다.
◇ 9·11로 촉발…17만명 희생에 美 전쟁비용 1조달러
아프간전은 9·11 테러 배후로 지목된 알카에다의 수장 오사마 빈라덴에 대한 인도 요구를 당시 아프간 정권을 쥔 탈레반이 거부하자, 미국이 동맹국들과 합세해 아프간을 침공함으로써 시작됐다.
미국은 탈레반을 축출한 뒤 친미 정권을 세우고 2011년 5월 빈라덴까지 사살했지만 내내 전쟁의 수렁에서 빠져나오지 못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올해 5월 1일까지 미군을 철수하는 합의를 탈레반과 작년 2월 맺었다. 지난 1월 취임한 조 바이든 대통령도 올 4월 미군 철수를 결정하면서 아프간전 종식 의지를 공식화했다.
아프간전은 미국과 아프간 모두에 큰 상처를 남겼다. 지난 4월 기준 희생된 이는 모두 약 17만 명으로, 아프간 정부군(6만6천 명)과 탈레반 반군(5만1천 명), 아프간 민간인(4만7천 명) 등 아프간 측 피해가 대부분을 차지한다.
미군 2천448명이 숨지고 미국 정부와 계약을 한 요원 3천846명,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등 동맹군 1천144명 등 미국과 동맹 역시 적지 않은 희생을 치렀다.
미국의 전쟁 비용은 1조 달러(1천165조 원)에 달한다.
◇ 철군 시한 하루 전 종료 선언…바이든 "탈레반, 안전 통행 약속"
바이든 대통령은 30일 "아프간에서 20년간의 우리 군대 주둔이 끝났다"며 철군 완료를 선언했다.
그는 성명에서 "지난 17일간 미군은 미국 역사상 최대 규모의 공수작전으로 12만 명이 넘는 미국과 동맹의 시민을 대피시켰다"고 밝혔다.
케네스 프랭크 매켄지 미국 중부사령관은 국방부 브리핑에서 미군 C-17 수송기가 아프간 현지시간 30일 밤 11시 59분 수도 카불의 하미드 카르자이 국제공항에서 마지막으로 이륙했다고 밝혔다.
이륙 시간 기준으로는 미국이 그간 대피 시한으로 정한 31일에서 1분 차이로 하루 앞당겨진 것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탈레반이 아프간을 떠나길 원하는 이들에게 안전한 통행을 약속했다면서 전 세계가 탈레반의 이런 약속을 지키도록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위험을 무릅쓰고 임무를 수행한 미군과 외교관 ▲피란민을 식별하고 지원한 참전용사와 자원봉사자 네트워크 ▲피란민에게 새로운 보금자리를 마련해준 전 세계 모든 이들에게 감사를 표했다.
◇ 탈레반 "아프간 국민 축하…승리는 우리 모두의 것"
자비훌라 무자히드 탈레반 대변인은 미군 철수로 텅 빈 카불 국제공항에서 31일 기자회견을 하고 "미국과 좋은 관계를 원한다"고 선언했다.
그는 공항 활주로에서 "미국뿐 아니라 세계와 좋은 관계를 맺고 싶다"며 "그들 모두와의 좋은 외교 관계를 환영한다"고 말했다고 AFP통신 등은 보도했다.
이어 "아프간 국민에 대해 축하한다"며 "승리는 우리 모두의 것"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무자히드 대변인은 미군이 철군을 완료한 직후인 이날 오전 "미군이 카불 공항을 떠났으며 우리나라는 완전한 독립을 얻었다"고 밝혔다.
탈레반 간부 아나스 하나키도 트위터를 통해 "우리는 다시 역사를 만들었다"고 기뻐했다.
탈레반 대원들도 어둠 속에서 마지막 미군기가 공항을 떠나는 모습을 지켜보며 승리를 자축했으며 축포를 쏘아 올렸다.
탈레반은 국제선·국내선 등 공항 운영을 재개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나임 대변인은 스푸트니크 통신에 "공항 운항 재개가 우리의 우선순위 중 하나"라면서 "우리 목표 중 하나는 국내 전역뿐만 아니라 바깥 세계와의 소통과 운항을 시작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카불 공항은 그간 아프간에서 거의 유일한 탈출구 역할을 해 왔다.
◇ 불안한 탈레반 통치 2기…사회질서 뿌리째 흔들
탈레반은 지난 15일 카불을 점령한 후 지도자 회의를 열며 새 정부 구성 등 통치 2기 구축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하지만 상황은 녹록지 않다.
아프간 정부가 순식간에 무너지면서 지난 20년간 구축된 사회질서가 뿌리째 흔들리고 있기 때문이다.
물가 폭등, 실업자 급증 등으로 실물 경제는 파탄 위기에 처했고, 국가 경제의 근간이 되어온 해외 원조마저 끊길 위기다.
탈레반의 장악 직후 일찌감치 무너진 행정, 군사 등 정부 시스템도 상당 기간 복구되기 어려운 형편이다.
탈레반은 10만명도 안되는 대원 대부분이 문맹인 상황이라 정부 시스템을 재구축할 능력과 인력 모두 크게 부족한 상황이다.
이미 낙후됐던 의료 시스템도 완전히 망가지는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와중에 언론인, 의료인, 서방 협력자 등은 신변의 위협을 느낀다며 탈출을 도와달라고 국제사회에 호소하고 있다.
또 탈레반의 공포 정치에 두려움을 느낀 국민들은 파키스탄, 이란 등 인접국 국경으로 몰려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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