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샌프란시스코=연합뉴스) 정성호 특파원 = 코로나19 백신 접종 캠페인을 '나치'에 비유했던 미국 라디오 방송 진행자가 코로나19에 감염돼 숨졌다.
플로리다주 데이토나 비치에 있는 라디오 방송국 WNDB는 자사에서 수십 년간 토크쇼를 진행해온 마크 버니어(65)가 코로나19로 사망한 사실을 발표했다고 일간 워싱턴포스트(WP)가 3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버니어는 지난달 30일 백신 접종을 독려하는 플로리다주 농업장관 니키 프리드의 트위터에 조롱하는 트윗을 올렸다.
당시 프리드 장관은 "위대한 세대(대공황 속에 성장해 제2차 세계대전을 겪은 미국인 세대)는 우리 삶의 양식을 지키기 위해 나치를 물리쳐야만 했다. (하지만) 여러분에게는 주사를 맞으라는 요구만 주어졌다. 그러니 애국자가 돼라"라고 썼다.
그러자 버니어는 이 트윗에 "'이제 미국 정부가 나치처럼 행동하고 있다"라는 댓글을 달았다. 이 트윗은 그의 마지막 트윗이 됐다.
버니어는 이전에도 방송에서 코로나19 백신을 맞지 않겠다고 말한 바 있다.
버니어의 방송에 게스트로 자주 출연한 벌루지아 카운티의 보안관 마이크 치트우드는 "망연자실하다"며 "내게는 가족이 죽은 것과 같다"고 말했다.
미국에서는 최근 전염성 강한 델타 변이가 크게 확산하는 가운데 백신의 효능을 무시하거나 백신에 반대했던 방송 진행자들이 잇따라 코로나19에 감염돼 숨졌다.
지난 4일에는 플로리다에서 보수 성향의 라디오 토크쇼 진행자로 활동하던 딕 패럴(65)이 팬데믹을 비틀어 '사기-유행'(scam-demic)'이라고 일컬은 뒤 코로나19 합병증으로 사망했다.
또 지난 21일에는 테네시주 내슈빌의 라디오 방송국 WWTN에서 보수 성향 토크쇼를 진행하던 필 밸런타인(61) 역시 코로나19로 세상을 떴다.
백신의 효능에 대해 여러 번 의문을 표했던 버니어는 생전에 더 적극적인 백신 찬성론자가 되지 못한 것을 후회했다고 방송국은 전했다.
sisyph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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